철학책 읽는 ‘인문학 청년 농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 김강산씨 등 3명 방송대 재학

충남 홍성군 농업협동조합인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김강산, 김성근, 구본경 씨(왼쪽부터) 등 청년농부 3인방.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이들은 농사일을 마치면 전공 공부를 하면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구본경 씨 제공
충남 홍성군 농업협동조합인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김강산, 김성근, 구본경 씨(왼쪽부터) 등 청년농부 3인방.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이들은 농사일을 마치면 전공 공부를 하면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구본경 씨 제공
“일만 하면 짐승이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의 김강산 씨(20)는 ‘젊은 농업인들에게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더 발전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 씨는 충남 홍성군의 농업협동조합인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농부’이자 대학생이다.

귀농인들이 모여 쌈채소를 기르는 이 농장에는 김 씨 외에도 ‘공부하는 농부’ 두 명이 더 있다. 21세 구본경 씨와 20세 김성근 씨가 그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 2학년을 갓 마친 이들은 여름철엔 오전 5시부터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 땀 흘리고 ‘주경야독’하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청년 세 명이 밤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책상 앞에 앉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다. 이들이 농업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모두가 수평적으로 일하는 농촌에서 일하며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이유로 농촌을 찾는 젊은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농부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청년 농업인에게 “사고를 넓혀 주는 공부는 몸으로 하는 일에도 원동력이 돼 준다”고 강조했다. 구 씨는 “마을 귀농인들과 함께 시간을 쪼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외국어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와 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며 “몸은 피곤하지만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씨는 또래들과 달리 농촌에 정착한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공부’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쉬지 않고 공부한다는 것은 농사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생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젊은협업농장에는 이들뿐 아니라 모든 조합원이 ‘면학’에 심취해 있다. 젊은협업농장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정영환 씨(34)는 “청년들은 ‘시골에 가면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터넷 강의로 학위도 딸 수 있고 귀농인들이 각자 갖고 있는 풍부한 재능을 서로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젊은협업농장#인문학#김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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