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탄자니아 시니앙가 주 키샤푸 군의 한 보건지소에서 의사 델리스터 무노 씨가 산부인과 진료실을 소개하고 있다. 진료실의 수도 시설이라곤 침대 옆 원형 플라스틱 물통이 전부일 정도로 열악하다. 굿네이버스 제공
천장엔 박쥐 배설물로 삭은 슬레이트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50m² 정도 되는 보건소는 수도 시설은 물론 전기 조명조차 갖추지 못했다. 진료실과 벽 하나 사이인 출산 공간에는 산모가 다리를 뻗을 공간도 없었다.
그래도 이곳 탄자니아 시니앙가 주 키샤푸 군의 한 보건지소에서는 하루에 한 명꼴로 새 생명이 태어났다. 지난달 29일 만난 의사 델리스터 무노 씨(46·여)는 “여기선 기본적인 검사와 응급처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서 출산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유엔이 지정한 최빈국 탄자니아는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2013년 기준 5.2명에 이른다. 하지만 공공 보건의료 인력은 필수치의 35%에 불과해 임산부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인구 대부분이 사는 농촌의 의료 환경은 도시 지역과 격차가 매우 크다. 시니앙가에서는 지난해 임신부 세 명 중 두 명이 집에서 출산했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문화 탓에 출산 2, 3일 전까지도 임신부들이 밭에서 강도 높은 일을 하다 유산하는 일도 벌어진다.
간단한 처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혈압, 과다 출혈 등에도 의약품이나 의료 지식이 부족해 산모나 아이가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잦다. 지난해 탄자니아에서는 임신부 10만 명당 398명이 사망했다. 한국이 11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비영리법인 굿네이버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지원으로 지난해부터 4년간 총 56억 원의 예산을 들여 탄자니아 시니앙가에서 모성 보건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의료 시설의 환경을 개선해 산모들이 병원을 더 많이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하는 일이 없던 ‘마을 보건요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이들은 이제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임신부 현황을 파악·관리하고, 응급 상황에는 임신부들을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도 한다. 자녀가 6명인 사토 만제 씨(25·여)는 “임신한 뒤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마을 보건요원들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인들에게도 기본적인 산부인과 응급처치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원한 키샤푸 지역 병원 산부인과 전문 병동에는 현대적 의료 설비를 지원했다.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지부 시니앙가 이인석 사무장은 “단순히 병원을 지어 주는 것보다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며 “보건 의료 지식을 현장의 목소리와 융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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