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 계단은 일제 조선신궁 참배계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문화유산 답사 강의 우동희 교사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1000차례… 화재 내공 24년째 재능기부”

경기 화성시 태안초등학교 우동희 교사(왼쪽)가 19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진행된 ‘참좋은 문화유산 무료답사’에 참석한 관람객에게 안 의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화성시 태안초등학교 우동희 교사(왼쪽)가 19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진행된 ‘참좋은 문화유산 무료답사’에 참석한 관람객에게 안 의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온 김삼순 계단으로 여기까지 걸어 올라오신 분 있죠? 그게 사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선신궁’ 참배계단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부리부리한 눈빛의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사방에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을 가리키자 참석자 50여 명이 흥미롭게 두리번거렸다. 서울 남산 허리에 보이는 평범한 모습의 공사장이 사실 일제강점기에 신사 참배를 강요하려 만들었던 조선신궁의 터가 있던 곳이라고 설명하자 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6주기(26일)를 일주일 앞둔 19일 서울 중구 남산 안중근기념관. 경기 화성 태안초등학교 교사인 우동희 씨(47)가 ‘참 좋은 문화유산 무료답사’를 진행했다. 우 씨는 왜 기념관이 여기에 세워졌는지부터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조선신궁으로 억압받았던 민족혼을 안 의사의 민족정신으로 채우려는 것이라는 말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념관 안에 들어서서는 1층에 있는 안중근 의사상(像) 앞에서 다같이 참배한 뒤 “안 의사의 자세가 약지를 자른 왼손을 위로 얹은 상태였다면 더 의미 있었을 것”이라며 세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안 의사는 1909년 뜻이 맞는 11명과 함께 일본에 항거하는 의미로 왼손 넷째 손가락을 자르고 독립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우 씨는 1993년부터 매월 한 차례씩 무료 문화유산 답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사회과 국정교과서 심의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우 씨의 강의 내용은 한국사는 물론이고 동식물, 동서양 미술, 세계사 등까지 아우른다.

교사로 일하면서 주말을 쪼개 무료 답사를 하는 이유는 “역사는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신념과 열정 때문이다. 우 씨는 “30여 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을 1000번 넘게 갔고 문화재에 관련된 책을 7000권 넘게 읽으며 쌓은 내공을 재능기부로 나누고 싶다”며 “제 강의에 찾아온 분들이 역사 현장을 직접 보며 역사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며 웃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삼순 계단#국립중앙박물관#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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