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동명부대 17진으로 레바논에 파병된 방용진 상사(32·특전의무부사관)는 주둔지 인근 태권도 교실에서 낯익은 10대 소녀들을 만났다. 디에나(16), 사자 알쿠라이(14) 자매가 7년 전 자신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던 방 상사를 한눈에 알아봤던 것. 두 자매는 방 상사의 안부를 물으며 환한 웃음으로 재회를 기뻐했다.
방 상사와 두 자매의 인연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동명부대 3진으로 레바논에 파병된 방 상사(당시 하사)는 민군 작전 일환으로 태권도 교관 활동을 했다. 호기심으로 태권도 교실을 찾았던 어린 자매는 공인 5단 실력을 가진 방 상사의 늠름한 발차기 시범에 매료됐다. 이후 방 상사는 두 자매의 도복에 하얀 띠를 매 주고 태권도를 가르쳤다.
방 상사가 파병 임무를 끝내고 떠난 뒤에도 두 자매는 태권도 연습에 매진해 지금은 2단(검은 띠)의 실력자로 성장했다. 태권도 교실에서 부사범을 맡아 지역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지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고, 동명부대원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는 ‘동명 서포터스’ 활동 등 ‘한국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두 자매는 “사범님 덕분에 한국과 태권도를 알게 됐다”며 “4, 5년 뒤 국가대표에 선발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 상사는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레바논 아이들이 그리웠는데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7월부터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는 남부 티르 지역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정전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불법 무장 세력의 유입을 막는 임무를 맡고 있다. 또 부대 인근 마을 5곳에서 현지 청소년을 위한 태권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명부대의 태권도 교실을 수료한 레바논 청소년은 800여 명이고 이 중 200명이 1단 이상으로 승단했다고 부대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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