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약 5000만 명이 이용한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올 들어 수하물 처리 지연사태, 밀입국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2월 2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근무에 들어간 정일영 사장(59)은 이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오전 5~6시에 출근해 공항 곳곳을 다니며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정 사장의 이런 행보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항 15주년을 맞은 지난달에는 모처럼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인천공항이 국제공항협의회(ACI)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1년 연속 1위에 오른 것이다. ‘세계 최고 대형공항’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시설과 운영을 점검하기 위해 1일 취임 후 첫 해외출장길에 오른 정 사장을 출국 전 인천공항 4층 라운지에서 만났다.
정 사장은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2년 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을 맡아 인천공항 건설 단계부터 정책 수립에 참여한 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 항공안전본부장과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등을 지내 항공교통 전문가로 불린다. ―개항 당시 인천공항과 현재를 비교한다면….
“2001년 개항 때 47개 항공사가 109개 도시를 운항했는데 지금은 88개사가 세계 185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연간 여객은 개항 이듬해 2000만 명이었지만 연평균 7%대 증가율을 보여 지난해에는 4928만 명이 다녀갔다. 매출도 2002년 5500억 원에서 1조88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15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장경영에 나선 이유는….
“수하물 처리 지연사태와 밀입국 사건은 모두 기강이 무너져 일어났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임원에게 휴일 없이 비상근무에 나서도록 지시한 뒤 시설과 장비, 인력의 문제점을 모두 개선했다. 현장경영은 당분간 계속할 생각이다.” ―그래서 조직개편을 통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나.
“임직원에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계산도 했지만 핵심은 그동안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여객 및 항공사에 대한 지원 기능을 각각 여객서비스본부, 운항서비스본부로 집중해 재편했다. 항공노선을 확대하고, 공항 주변 지역 개발전략을 수립할 허브(hub)화 추진실도 만들었다. 변화 없는 조직은 존재할 수 없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방안도 발표했는데….
“중국 베이징(北京)과 칭다오(靑島) 공항이 최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해외 직항노선을 늘리는 등 허브공항 쟁탈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7월부터는 델타항공을 시작으로 유럽 4, 5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취항 마케팅을 한다. 항공, 교통, 관광 등 여러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하는 ‘인천공항 발전포럼’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브뤼셀 공항을 비롯해 세계에서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정부 테러대책회의에서 인천공항의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화장실 미화원을 포함해 공항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이 테러 징후나 위험물을 감시하고 신고하는 체계를 갖췄다. 안심하고 이용해도 좋다.”
―임기 중 최고 역점 사업은….
“내년까지 4조9000억 원을 들여 짓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포함한 3단계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제2터미널이 문을 열면 인천공항은 연간 6200만 명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020년이면 여객이 6600만 명으로 늘어나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른다. 미래 항공수요를 예측해 추진할 4단계 건설사업의 규모와 착공 시기 등을 결정할 연구용역의 윤곽이 하반기에 드러나면 마스터플랜을 세울 계획이다. 늦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미리 준비하겠다.”
―최근 발표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도 눈에 띈다.
“2020년까지 인천공항을 세계 5대 국제여객공항, 세계 10대 환승공항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객과 물류 마케팅을 통해 허브공항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사업을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바람직한 공기업 모델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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