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임에도 열정적이었다. 정말 투란도트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그였다.
‘세계 최고의 투란도트’라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71)가 8∼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투란도트’에 출연한다. 그는 2003, 2005, 2013년 투란도트로 이미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다. 1998년 영화감독 장이머우의 연출로 중국 쯔진청(紫禁城)에서 열린 ‘투란도트’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그와 투란도트의 인연은 1995년부터다. 그는 “당시 처음 투란도트를 맡았는데 평가가 좋아 9번 연속으로 했다. 지난해도 투란도트 20주년으로 기념 공연을 가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투란도트를 맡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 생각하다 “500차례는 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가 투란도트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끊임없는 공부 덕분이다. 그는 “테크닉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음악과 캐릭터를 해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난 정말 캐릭터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또 무대에서 연출자가 손을 들어올리라거나 저쪽으로 걸어가라고 지시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안 된다. 난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생각을 하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투란도트는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연약한 여인이다. 그는 투란도트 역할 자체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은 배신의 아픔에 자살을 한다. 하지만 내 성격상 자살보다는 날 버린 연인을 살해했을 것이다.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고를 때 내 성격과 맞고 내가 좋아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투란도트는 나에게 딱 맞는다”고 말했다.
나폴리가 고향인 그는 13세 때 오페라를 보다가 노래가 하고 싶어 음악원에 들어갔다. 당시 그의 외할머니는 그의 노래를 듣고 “네 실력이면 언젠가 나폴리의 산카를로 오페라극장에 설 것 같다”고 예언했다. 그는 17세 때 합창단원으로 산카를로 오페라극장 무대에 섰고 9년 뒤에는 오페라 가수로 데뷔했다.
최근 이탈리아의 대형 오페라극장들이 재정 문제로 문을 닫고 있다. 침체된 이탈리아 오페라 이야기를 하다가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너무 안타깝다. 학교에서도 음악교육을 하지 않는다. 손자를 두고 있는 입장에서 다음 세대에 제대로 된 음악을 물려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은 카솔라와 함께 소프라노 이승은, 칼라프 역은 정상급 테너인 루벤스 펠리차리와 신동원, 류 역은 이탈리아에서 떠오르는 소프라노 발레리아 세페가 맡았다. 4월 8,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25만 원. 1544-937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