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32·사진)가 업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가 테라노스의 혈액 진단기기 ‘에디슨’의 부정확성을 문제 삼아 최소 2년간 혈액검사 사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CMS는 테라노스의 캘리포니아 주 연구소의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홈스가 애리조나 주에 있는 연구소를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것도 금지했다. 두 연구소는 테라노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의 핵심 조직이다.
CMS는 에디슨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지난해 11월 테라노스 캘리포니아 연구소를 조사한 뒤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라노스는 올 2월 해결 방안을 내놨지만 CMS는 이 방안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사업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명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던 홈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2003년 19세 나이에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하루 1, 2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매달린 끝에 알약 크기의 간편한 혈액 진단기기 ‘에디슨’을 개발해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테라노스의 기술은 기존 검사비의 10%로 각종 질병 진단이 가능해 저소득층과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인류 발전을 위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발전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2014년에는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 원)로 인정받아 이른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내부 고발자들이 테라노스 기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연방 보건당국에 제보하면서 홈스의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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