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 회장 “장애인의 성공-자립 자극… 호킹같은 롤모델 키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20일 장애인의 날… ‘따뜻한 동행’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장애인 복지경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장애인 복지경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우리도 스티븐 호킹, 스웨덴의 ‘두 팔 없는 가수’ 레나 마리아처럼 능력을 펼쳐 다른 장애인의 롤 모델이 될 리더를 키워야 합니다. 이들이 성공해 다른 장애인의 성공을 이끄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해요.”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67)은 1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기자와 첫인사를 나누자마자 “‘장애인의 날’(4월 20일) 얘기부터 하자”며 말문을 열었다. 기업 경영이나 건설업계 상황은 그의 긴 이야기 끝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들고 온 A4 용지에는 빨강, 파랑 손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주로 장애인사업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은 올해 6월 창립 20주년을 맞는 건설사업관리(CM) 기업 한미글로벌 임직원들의 월급을 1%씩 모아 장애인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에 기부하고 있다. 2010년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을 세워 장애인시설을 짓고 장애인용 첨단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장애인복지 최고경영자(CEO)’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는 요즘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같은 ‘장애인 리더’를 키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 리더들이 물리학계, 예술계 등에서 멋지게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장애인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리더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장애 대학생 및 대학원생 차세대 리더 아카데미’도 열었다.

올해는 장애인 관련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장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열고 장애인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기업도 설립한다. 김 회장은 “장애인들이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판로’가 없기 때문”이라며 “유통업체들과 함께 ‘장애인 제품 판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CEO인 김 회장이 유독 장애인 복지에 적극적인 이유는 ‘복지는 기업이 맡아야 성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건설사들이 설계 전 계획을 얼마나 잘 짜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처럼 복지사업도 계획을 잘 세워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 일은 정부보다 기업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김 회장은 “예산의 절반 정도밖에 장애인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며 “복지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여러 평가지표를 마련해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재계를 이끌던 굵직한 건설사들 대신 이름 없는 건축연구소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10여 년을 보낸 후 삼성물산으로 이직한 그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기업만 쳐다본다던데 당장 대기업 가겠다고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중소기업에서 좋은 경험을 쌓다 보면 기업을 세울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저에겐 첫 직장이었던 작은 연구소에서 임원들과 활발히 토론하고 고민한 게 가장 큰 자산이에요.”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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