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 “호주서 영어연수… 새 꿈이 생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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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한재단 장학제도 3년째… 시드니공대 어학기관서 30주간 공부
2016년부터 선발인원 5명으로 늘려… “새터민 청년, 남북통일 큰역할 할것”

11일 호주 시드니공대(UTS)에서 열린 새터민 장학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앨릭스 머피 UTS 부설 어학기관 ‘인서치’ 대표이사, 브론웬 돌턴 UTS 교수, 호한재단 제임스 코튼 이사(왼쪽부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시드니=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11일 호주 시드니공대(UTS)에서 열린 새터민 장학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앨릭스 머피 UTS 부설 어학기관 ‘인서치’ 대표이사, 브론웬 돌턴 UTS 교수, 호한재단 제임스 코튼 이사(왼쪽부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시드니=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북한에서 탈출해 6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곳 호주에서 30주 동안 영어를 배우면서 언어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11일 호주 시드니공대(UTS) ‘새터민(북한 출신 주민) 학생들을 위한 호주 영어연수 장학금’ 설명회에 선 글로리아(26·여)가 영어로 소감을 말하자 청중 50여 명의 표정이 흐뭇해졌다. 교직원 케이트 데니스 씨는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못 하던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장학 프로그램을 자축하기 위해 이날 모인 호주인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한파’가 많았다. 장학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낸 UTS 브론웬 돌턴 교수는 고등학생 때 로터리 장학금으로 한국 대전에서 1년간 홈스테이를 했다. 4개월씩 세 집을 머무르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다. 오락실을 하는 집에서는 주인 대신 아이들에게 동전을 바꿔주기도 했다. 그는 “당시 머물렀던 집 아저씨의 성을 따서 ‘탁수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쓴다”고 말했다. 장학금으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이 이제 새터민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새터민 학생들을 도와주자는 의견에 맥 윌리엄스 전 호주대사와 UTS 부설 어학기관인 ‘인서치’ 이사들도 동의했다.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1992년 만든 호한재단(Australia-Korea Foundation)이 지원하면서 2014년 2명, 2015년 2명씩 선발했다. 올 초 통일부와 양해각서(MOU) 체결로 지원 액수가 늘어나면서 5명까지 확대됐다. 이날 축하 연설을 한 제임스 코튼 호한재단 이사는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새터민 청년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발자인 지니(22·여)는 한국으로 돌아가 저널리즘을 공부하기로 했다. 글로리아는 “대학원에 진학해 남북에 기여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앨릭스 머피 인서치 대표이사는 이들에게 수료 증서를 나눠주면서 “축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있어 얼굴이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에 축하의 박수만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외교부가 기획한 한-호주언론 교류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졌다.

올 신청은 2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며 장학금 수여자는 호주 ‘인서치’에서 30주간 영어를 배울 기회를 얻는다. 지원 액수는 왕복항공권, 주거비, 생활비 등 1인당 약 3400만 원에 달한다. 신청서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koreahana.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시드니=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호한재단#장학#탈북대학생#영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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