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탈출해 6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곳 호주에서 30주 동안 영어를 배우면서 언어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11일 호주 시드니공대(UTS) ‘새터민(북한 출신 주민) 학생들을 위한 호주 영어연수 장학금’ 설명회에 선 글로리아(26·여)가 영어로 소감을 말하자 청중 50여 명의 표정이 흐뭇해졌다. 교직원 케이트 데니스 씨는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못 하던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장학 프로그램을 자축하기 위해 이날 모인 호주인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한파’가 많았다. 장학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낸 UTS 브론웬 돌턴 교수는 고등학생 때 로터리 장학금으로 한국 대전에서 1년간 홈스테이를 했다. 4개월씩 세 집을 머무르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다. 오락실을 하는 집에서는 주인 대신 아이들에게 동전을 바꿔주기도 했다. 그는 “당시 머물렀던 집 아저씨의 성을 따서 ‘탁수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쓴다”고 말했다. 장학금으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이 이제 새터민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새터민 학생들을 도와주자는 의견에 맥 윌리엄스 전 호주대사와 UTS 부설 어학기관인 ‘인서치’ 이사들도 동의했다.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1992년 만든 호한재단(Australia-Korea Foundation)이 지원하면서 2014년 2명, 2015년 2명씩 선발했다. 올 초 통일부와 양해각서(MOU) 체결로 지원 액수가 늘어나면서 5명까지 확대됐다. 이날 축하 연설을 한 제임스 코튼 호한재단 이사는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새터민 청년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발자인 지니(22·여)는 한국으로 돌아가 저널리즘을 공부하기로 했다. 글로리아는 “대학원에 진학해 남북에 기여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앨릭스 머피 인서치 대표이사는 이들에게 수료 증서를 나눠주면서 “축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있어 얼굴이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에 축하의 박수만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외교부가 기획한 한-호주언론 교류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졌다.
올 신청은 2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며 장학금 수여자는 호주 ‘인서치’에서 30주간 영어를 배울 기회를 얻는다. 지원 액수는 왕복항공권, 주거비, 생활비 등 1인당 약 3400만 원에 달한다. 신청서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koreahana.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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