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 노병 윌리엄 스털링 씨(90·오른쪽)가 전우 데이비드 버드 씨 (86)에게 참전 당시 사진을 65년 만에 건네주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25일 영국 연방(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6·25 참전 용사 위로연이 열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행사장. 휠체어를 탄 영국군 노병 윌리엄 스털링 씨(90)가 무대에 올랐다. 그가 흑백 사진이 든 액자를 조심스레 꺼냈다. 찍은 지 수십 년은 돼 보이는 사진 속에서 앳된 얼굴의 청년 두 명이 참호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데이비드 버드!”
스털링 씨의 부름에 영국군 노병인 버드 씨(86)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스털링 씨가 건넨 사진을 보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 사진 속 웃는 청년 한 명이 바로 자신이었던 것. 6·25전쟁 참전 전우가 65년 만에 이역만리 서울에서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영국 연방 노병 59명을 20∼26일 한국으로 초청했다. 두 사람은 임진강·가평 전투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재회를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이날 극적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영국 왕립포병부대 장교로 참전했다. 스털링 씨는 포병관측장교, 버드 씨는 포병 장교로 두 사람 모두 중위였다. 사진을 촬영한 것은 중공군 공세가 절정에 달한 1951년 11월 7일. 당시 임진강 부근 마량산에서 전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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