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서 숨진 전우 기리며… 256차례 생명나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45년째 헌혈 68세 이순우씨 표창
“베트남전서 죽음과 싸우며 다짐, 규정에 명시된 70세까지 계속 할 것”

1972년부터 45년째 무려 256회나 헌혈을 한 68세 남성이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자신의 피를 얼굴도 모르는 응급환자에게 나눠준 셈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베트남 참전용사 이순우 씨(사진).

그는 헌혈 문화 개척의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세계 헌혈자의 날은 2004년 헌혈운동 관련 4대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제헌혈자조직연맹(IFBDO), 국제수혈학회(ISBT)가 공동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 씨는 1971년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 기갑연대 소총수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했다. 기갑부대가 출동하기 전에 미리 작전지역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했기에 항상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당시 일등병이었던 이 씨는 “주변에서 동료 선후임이 죽어도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전역 후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생각하며 세상을 위해 헌혈과 같은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에는 만 16세부터 만 70세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씨가 헌혈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 씨는 “헌혈을 하면 오히려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든다. 규정에 명시된 70세까지는 문제없다”며 “돈보다 피를 나누는 게 더 값진 봉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헌혈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혈액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헌혈자는 2011년 261만6575명에서 지난해 308만291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방학 기간에는 혈액 재고량이 하루 혈액 필요량의 3일 치 이하인 날도 많다. 이 씨는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해 혈액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신원용(56) 김기선(42) 이영진(36) 김태정 씨(55)도 헌혈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헌혈#참전용사#이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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