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15명중 1명 미숙아… 국가-사회가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자선모임 ‘미라클 소사이어티’ 발족… ‘미숙아의 대부’ 박원순 교수

미숙아를 지원하는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발족시킨 박원순 삼성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미숙아로 태어나 건강을 되찾은 신생아를 보며 웃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미숙아를 지원하는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발족시킨 박원순 삼성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미숙아로 태어나 건강을 되찾은 신생아를 보며 웃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똑똑.”

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9)는 지난해 겨울 예고 없이 서울 강남구 병원 연구실로 찾아온 손님 때문에 깜짝 놀랐다. 20년 전 미숙아로 태어나 박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자란 청년이었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전했다. 박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는 5년 생존율만 보는데, 미숙아를 치료하는 의사는 평생을 잘 살게 해야 한다”며 “미숙아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몸무게 1500g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는 평균 100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1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쓴다. 박 교수는 이런 미숙아들을 좀 더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자선모임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13일 발족시켰다.

미라클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후원금을 모으고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재활 및 가족 상담지원 등 퇴원 후 지원 활동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미숙아를 가장 많이 치료한 의사로 평가받는 박 교수는 “미숙아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때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 부담은 환자 가족이 다 지는 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미숙아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전체 신생아(43만5435명)의 6.7%(2만9086명)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신생아 15명당 1명꼴로 미숙아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 이후 1500g 이하 미숙아 2만6000명을 치료했고, 생존율도 86%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손바닥 절반 크기의 350g 초극소 미숙아가 임신 25주 만에 태어났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미라클 소사이어티#박원순 교수#미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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