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9)는 지난해 겨울 예고 없이 서울 강남구 병원 연구실로 찾아온 손님 때문에 깜짝 놀랐다. 20년 전 미숙아로 태어나 박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자란 청년이었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전했다. 박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는 5년 생존율만 보는데, 미숙아를 치료하는 의사는 평생을 잘 살게 해야 한다”며 “미숙아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몸무게 1500g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는 평균 100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1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쓴다. 박 교수는 이런 미숙아들을 좀 더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자선모임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13일 발족시켰다.
미라클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후원금을 모으고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재활 및 가족 상담지원 등 퇴원 후 지원 활동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미숙아를 가장 많이 치료한 의사로 평가받는 박 교수는 “미숙아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때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 부담은 환자 가족이 다 지는 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미숙아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전체 신생아(43만5435명)의 6.7%(2만9086명)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신생아 15명당 1명꼴로 미숙아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 이후 1500g 이하 미숙아 2만6000명을 치료했고, 생존율도 86%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손바닥 절반 크기의 350g 초극소 미숙아가 임신 25주 만에 태어났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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