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시에 사는 할아버지는 흰 봉투 8개를 손수 준비했다. 봉투마다 1000달러(약 115만 원)씩 나눠 담았다. 휴스턴 교민 38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정성이었다. 할아버지는 봉투를 들고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서 버스와 택시를 타고 서울 금천구의 난곡중학교에 도착했다. 봉투 8개 모두 할아버지의 손에서 난곡중 학생 8명의 손으로 전달됐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할게요.” 선물을 받은 학생들은 머리를 숙이며 수줍게 웃었다.
이 할아버지는 미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위한 장학회를 설립한 김명용 난곡휴스턴장학회 회장(75)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난곡중을 직접 찾아 특별장학금 8000달러를 전달했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81년부터 휴스턴에서 합기도를 가르쳤던 김 회장이 장학회를 만든 것은 2008년 6월. TV를 통해 난곡중 교사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아 점심을 먹인다는 뉴스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어느 날 아침운동을 끝내고 이 뉴스를 보는데, 나는 배고픔이 무엇인지 아는 세대여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점심을 못 먹는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장학회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학생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마음이 통하는 지인 두세 명과 함께 500달러를 모아 난곡중으로 보냈다. 이후 휴스턴 교민 사회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학회에 참여하겠다는 교민이 늘었다.
지금은 회원 38명이 매달 1인당 50달러의 회비를 낸다. 매달 1900달러를 모아 학교에는 1500달러를 보내고 400달러는 적립을 해뒀다가 이번처럼 특별 장학금으로 활용한다. 그동안 장학회가 난곡중에 기부한 돈은 어느새 10만 달러가 넘었다.
장학회는 8년 동안 난곡중 학생 5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연말마다 휴스턴의 장학회 회원들에게 손편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학생들이 보낸 편지나 카드에 열심히 살겠다고 써있는 걸 보면 희망적이고 감동적”이라며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속 장학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회원 한 명이 한 달에 50달러쯤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갈비 한 번 안 먹으면 학생들에게 점심을 먹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무상급식이 실시된 2013년 이전까지는 국민기초생활수급, 차상위 계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급식비 등으로 지원됐다. 현재는 급식비를 낼 필요가 없어 휴스턴에서 온 장학금은 수련회비, 생활비 등으로 지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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