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청소원서 시작… 한국형 ‘홀리데이 인’ 만드는게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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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 숙박업소 100호점 돌파… ‘야놀자’ 이수진 사장

2011년 8월 8일,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서울에 호우가 퍼붓던 날이었다. 국내 첫 브랜드 중소 숙박업소인 ‘호텔 야자’의 1호점 개소 현수막이 비바람에 흔들렸다. 이수진 야놀자 사장(38·사진)은 이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문을 연 1호점에서 벅찬 가슴을 다독이며 축사를 마쳤다.

국내 1위 숙박정보기업 야놀자를 이끌어 오면서 이 사장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날이다. 이 사장은 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야놀자 프랜차이즈 숙박업소 100호점 돌파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본보와 인터뷰했다.

야놀자는 ‘호텔 야자’ ‘모텔 얌’ ‘H 애비뉴’ 등의 숙박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67억 원. 지금은 제법 회사 이름이 알려졌지만 출발점은 낮았다. 이 사장은 2001년 서울 구로구 신도림의 한 모텔에서 청소 일을 하면서 숙박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를 나온 뒤엔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20대를 보냈다.

야놀자의 시작은 2005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열었던 모텔 정보 카페였다. 이 사장은 “모텔에서 24시간 연속 근무하고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잤다”며 “친구도 만날 수 없고 외로워서 카페를 만들어 글을 올리고 댓글을 썼다”고 말했다.

러브호텔 인식이 강해 대놓고 나누지 못했던 숙박 정보들이 공유되면서 카페는 순식간에 회원 수만 명을 넘었다. 다른 카페 한 곳을 더 인수했고 2006년부터는 광고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2007년 ‘야놀자 닷컴’을 공식 오픈했다.

이 사장의 진짜 목표는 ‘한국의 중소 숙박업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한국에는 호텔과 모텔이 있을 뿐, 비즈니스호텔이나 호스텔의 자리가 없다”며 “친구나 가족과의 여행, 업무 출장길에서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숙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꿈 때문에 그는 2011년부터는 모텔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야놀자 숙박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미국의 중소 숙박 브랜드인 ‘홀리데이 인’과 같이 한국의 브랜드를 세우는 게 이 사장의 목표다.

이 사장은 지금도 신입 영업직원들에게 실제 모텔에서 침대보 정리와 객실 청소를 시키고 일기를 쓰게 한다. 직접 침대보 정리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이 사장은 “지금도 침대보 가는 건 누구보다 빨리할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숙박업계에서 많은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꼭 국내 중소 숙박업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싶다”고 이 사장은 포부를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야놀자#이수진 사장#호텔 야자#홀리데이 인#숙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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