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엘 시스테마’ 꿈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6일 ‘린덴바움 페스티벌’ 개최 원형준씨
소외계층-학교 부적응 청소년에 멘토가 연주 교습… 함께 공연도

“오케스트라는 서로의 음을 듣고 조율하고 배려해 하모니를 만듭니다. 이처럼 화합, 소통, 평화의 가치를 쌓아온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청소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6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예술의전당, 서귀포KAL호텔 등 제주에서 열리는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총지휘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음악감독(40·사진)은 네 번째를 맞는 이번 페스티벌은 특히 지역 청소년들과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린덴바움 페스티벌은 세계적 지휘자 샤를 뒤투아,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등이 참여한 가운데 2009년부터 시작됐다. 린덴바움은 독일어로 보리수라는 뜻으로, 숲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듯 오케스트라 안에서 소통과 화합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외 최고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공연 외에 소외계층, 학교 부적응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8∼17세 학생 35명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과 전문 강사들의 지도를 받아 악기를 배운다. 베네수엘라 빈민가 청소년들이 주먹 대신 악기를 들고 삶의 변화를 이뤄낸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를 연상시킨다. 우범도시는 아니지만 ‘클래식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음악으로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멘토로 나서는 하버드대 류진수(첼로)와 양나영(바이올린), 스탠퍼드대 김그림(바이올린), 컬럼비아대 김정수 씨(플루트) 등 린덴바움 앙상블 멤버는 연주와 음악 교습 외에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해준 뒤 9일 제주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인성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학부모를 위한 스페셜 강연도 연다.

원 감독은 남북한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서울과 평양,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연주자들의 화음으로 평화와 희망의 선율을 선보일 꿈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북 음악인이 함께하는 ‘판문점 평화음악회’를 기획했지만 지뢰 폭발 사건 등으로 공연 직전 취소되기도 했다. 그는 “‘평화의 섬’ 제주에서 열리는 이번 린덴바움 페스티벌이 평화와 하모니를 위한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린덴바움 페스티벌#바이올리니스트#원형준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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