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합주단 ‘아무르’ 공윤팔 단장… “지금의 한국 있게 한 희생에 감사”
필리핀 방문해 위문공연 펼쳐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전쟁 참전기념관. 백발의 필리핀 남성들이 하나둘 모였다. 올해 85∼95세인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었다. 이들의 가족까지 100여 명이 관객석을 채웠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연인원 7420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60여 년 전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 앞에서 한국인 합주단 18명이 색소폰을 연주했다.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 연주로 시작돼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은 큰 박수를 받으며 끝났다. 백발의 용사들은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위문 공연을 주도한 사람은 합주단 ‘아무르(Amour)’ 단장 공윤팔 씨(62). 공 씨는 1976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30여 년간 군악대 생활을 하다 2009년 준위로 전역했다. 해군 3함대사령부 및 해군교육사령부 군악대장을 거친 베테랑 색소폰 연주자인 그는 전역을 1년 앞둔 2008년 각 군 예비역 등으로 구성된 ‘아무르’를 창단했다.
합주단의 목적은 단원들이 자비로 참여하는 무료 음악 공연으로 나라 사랑 정신을 고취하는 것. 국내외 참전 용사 및 격오지 장병,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전사자들의 가족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도 창단 목적이었다. 아무르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 음악회, 독도 나라 사랑 연주회, 노인 요양원 위문 연주회 등 210회에 달하는 자선 공연을 했다.
필리핀 공연도 그런 활동의 하나였다. 공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그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필리핀 참전 용사 위문 공연은 일일찻집을 열어 후원금을 모금하고 단원 한 명이 150만 원씩 내는 ‘통 큰 결정’ 덕분에 2년 만에 성사됐다. 공연 뒤엔 참전 용사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한국전에 참전해 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새긴 만년필도 선물했다.
공 씨는 세계 곳곳의 참전 용사들을 찾아가는 민간 보훈 외교관 역할을 할 예정이다. 공 씨는 “군악대 생활을 하며 연마한 음악적 재능을 평생 사회에 환원하며 사는 것이 품위 있는 인생이라 생각했다”며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우고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