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했는데 제가 박수를 받고 있네요. 혹시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제가 나가야 되는 건가요?”
환영사를 위해 단상에 선 ‘역도 여제’ 장미란(33·용인대 교수)의 농담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4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브라질 음식점 ‘텍사스 데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끝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위한 파티가 열렸다. 장미란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장미란재단과 이 재단을 후원해온 비자코리아, 썬앳푸드 등이 함께 마련한 ‘리우에서 돌아온 우리들의 밤’ 행사였다.
장미란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선수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열심히 지원해 주시는 선수지원단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행사는 여러모로 특별했다. 무엇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비메달리스트,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행사 취지에 공감한 많은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이 자리를 찾았다.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와 남자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여자 역도 동메달리스트 윤진희, 여자 유도 은메달리스트 정보경 등 리우 올림픽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도 참석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이 초대받았다. 여자 펜싱 남현희는 딸 공하이 양과 함께 자리했고, 남자 육상의 김덕현과 윤승현, 남자 체조의 박민수, 여자 탁구의 서효원과 양하은, 여자 배구의 김수지와 남지연 등이 자리를 빛냈다.
리우 올림픽 남자 사이클 개인도로에 출전했지만 실격을 당했던 서준용은 “뜻밖에 초대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이런 관심이 4년 뒤 도쿄 올림픽을 향한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에 대한 소개가 끝난 뒤엔 리우까지 날아와 선수들의 식사와 몸 관리를 책임진 태릉선수촌 조리사들과 물리치료사들도 단상에 올랐다. 리우 현지 코리아하우스에서 선수들의 식사 및 도시락 보급을 담당했던 신승철 검식사는 “우리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선수들이 먹고 좋은 성적을 낼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김미현 물리치료사는 “대회 초반 기대만큼 메달이 나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여느 대회에 비해 큰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없어 다행이었다.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우리도 절실한 마음으로 도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 자리에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며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의 부친 박정섭 씨도 함께했다. 박 씨는 “아직 어린 상영이가 장미란 이사장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선수 때와 은퇴 후의 모습이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기간 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뽑힌 유승민도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노력하는 장미란재단은 전 세계에 널리 알릴 만한 롤 모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장미란재단에서 지원하는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잘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시간이 되는 대로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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