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광장에서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주례했다. 테레사 수녀가 인도 콜카타에서 1997년 선종한 지 19년 만이다. 2003년 복자(福者)로 추대된 데 이어 사후 20년이 안 된 상태에서 성인품까지 오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교황청은 순교를 했거나 특별히 덕행이 뛰어난 이들에 대해 사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식과 성인으로 추대하는 시성식을 갖는다. 성인 반열에 오르려면 사후 기적이 두 가지 이상 있어야 한다. 교황청은 1998년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기도회에 참석한 30대 인도 여성 모니카 베스라의 위 종양이 치유된 것과 2008년 다발성 뇌종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브라질 남성 마르실리우 안드리누가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뒤 완치된 것을 기적으로 인정했다. 이 남성은 시성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테레사 수녀 덕분에 수술 없이 바로 일상에 복귀했고 약물 후유증으로 임신이 불가능했는데도 자식을 2명 두었다”고 밝혔다.
테레사 수녀는 1910년 알바니아계 로마 가톨릭 집안의 3남매 중 막내로 당시 오스만제국령의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났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녀 생활을 시작했고 1929년 콜카타에 ‘사랑의 선교회’를 세워 평생 빈민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197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때부터 ‘가난한 교회’로 돌아갈 것을 강조해온 터라 ‘자비의 희년’에 맞춰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시성식은 바티칸중앙TV를 통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6개 언어와 테레사 수녀의 모국어인 알바니아어로 세계에 생중계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성식에 대규모 공식 대표단을 파견했다. 일각에서는 테레사 수녀가 운영하는 병원의 위생 상태가 불량했으며 독재자의 돈을 받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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