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 단체 기아대책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10개국 어린이 10여 명씩을 초청해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희망 월드컵’ 축구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유독 돋보인 사람은 70대 할머니 노국자 씨(75). 기업가도, 고액 자산가도 아닌데 어린이 대표선수의 교통비와 체류비를 후원한 구단주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평범한 ‘옆집 할머니’지만, 이번에 네팔 어린이들의 항공료와 체류비 3300여 만 원을 모두 부담했다.
“저 혼자 힘으로 한 게 절대로 아닙니다. 주변에서 모두 힘을 모은 거죠.”
8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노 씨에게 수천만 원을 어떻게 기부할 수 있었는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네팔 어린이들을 초청할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광고하듯 얘기하고 다니다 보니 어느 새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이 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것은 남들이 기부하는 만큼 나도 기부하고, 폐품을 모아 판 돈을 합친 것밖에 없다”며 벙긋이 웃었다. ‘왜 하필 폐품을 파는 방법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노 씨는 “2006년 아프리카 물 부족 국가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기부를 처음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물병 하나를 받아들고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헌 병이라도 주워 팔아서 기부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길을 가다 보이는 폐품을 모아 팔았다. 그러다 길거리 폐품 수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자신의 집이나 지인들의 집에 있는 헌 옷가지나 빈 병을 모아서 팔고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은 통장을 따로 만들어 기부금으로 보낸다. 가족부터 주변 지인들도 처음엔 모두 말렸지만 지금은 먼저 폐품을 가져다주고 좋은 데 같이 내 달라고 쌈짓돈까지 맡기고 있다.
10년간 노 씨가 모아 기부한 돈은 1억 원을 훌쩍 넘겼다. 그의 기부로 세계에 만들어진 우물은 지금까지 24개. 우물 하나를 파는 데 600만∼7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노 씨는 우물 외에도 아프리카 여성들의 직업교육을 위한 재봉틀이나 아프리카에서 재산으로 인식되는 염소 등도 기부하고 있다.
노 씨는 기아대책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의 최고령 회원이기도 하다. 노 씨의 관심은 북한 어린이들에게도 쏠리고 있다. “기근 때문에 북한 어린이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지금부터는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