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여를 처음으로 인정한 ‘가토 담화’를 발표했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사진) 전 자민당 간사장이 9일 폐렴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77세.
가토 전 간사장은 1992년 7월 6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 당시 관방장관 자격으로 “군 위안소의 설치나 운영·감독 등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가토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당시 담화에서 “한반도 출신 군 위안부 문제를 조사한 결과 위안소의 설치, 위안부 모집 담당자의 단속 등에 정부 관여가 있었다는 것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가토 담화는 이듬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로 이어졌다. 고노 담화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했다.
가토 전 간사장은 또 중국 난징(南京) 대학살과 관련해서도 “(희생자가) 30만 명이라고 하는 사람과 3000명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3000명이라도 일반 시민을 학살한 것이라면, 학살인 것이다”라며 일본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외무성 근무를 거쳐 1972년 처음 중의원에 당선된 후 13선 경력을 쌓았다. 방위청 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 및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역임하며 ‘자민당의 왕자’ ‘언젠가는 총리에 오를 사람’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에 맞선 이른바 ‘가토의 난(亂)’이 실패로 끝나면서 소수파로 전락했다.
2006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비판했고, 이에 격분한 극우 세력 방화범이 그의 사무실을 전소시키기도 했다.
2002년 자신의 비서가 거액의 탈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의원직에서 물러났다가 이듬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13년 정계를 은퇴한 후에도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를 비판하고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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