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박희원 박물관장… 피부조직-털 등 국내 첫 공개
신생대 화석 1300점도 10월 전시
“내년이면 제 나이 일흔입니다. 죽기 전 지금까지 모아온 화석을 고국에 맡겨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재일교포 3세인 박희원 일본 나가노(長野) 현 고생물학박물관 관장(69)이 20년 넘게 시베리아를 돌며 직접 발굴한 신생대 포유동물 화석표본 1300여 점을 국내에 기증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7일 박 관장이 지난해 6월 기증한,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발굴한 털매머드, 동굴곰, 검치호랑이류 등의 화석표본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표본으로 손꼽히는 털매머드의 피부조직과 털도 고스란히 포함돼 있어 관심을 더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코끼리를 좋아했습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코끼리가 나오는 작품은 모두 관심을 가졌습니다. 1994년 즈음 TV에서 매머드의 무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가 직접 시베리아로 가서 매머드 화석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생 사업을 했던 박 관장은 자비를 들여 발굴단을 꾸렸다. 그러나 시베리아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당시 일본에서 시베리아로 향하는 비행편이 없어 수차례 교통편을 갈아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굴 현장은 대부분 군사보안구역으로 묶여 있어 주둔군 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는 “평소에는 맥주만 마시는데 사령관 마음을 얻기 위해 보드카를 3일 내내 마시기도 했다”며 “이런 노력 끝에 결국 사령관으로부터 이동에 필요한 헬리콥터까지 지원받았다”며 웃었다.
발굴 작업은 더 힘들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발이 빠져 들어가는 동토지대에서 아침만 먹고 하루 1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운반 장비 반입이 안 돼 사람이 직접 무거운 뼈를 날랐다. 그의 땀이 서린 화석표본은 다음 달 말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특별전으로 공개된다.
“딴 거 없습니다. 앞으로 자라날 대한민국의 꿈나무들이 매머드를 보고 큰 꿈을 키워 가면 그걸로 족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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