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구기 와 시옹오는 20일 간담회에서 “독자들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작가에겐 작업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경리문학상은 내게 의미 있는 상입니다. 과거의 기억 하나하나가 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78)는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한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응구기는 1976년 일본에서 영어로 번역된 김지하 시인의 시집을 읽었고, 케냐 나이로비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썼다고 밝혔다. 특히 응구기가 1977년 케냐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투옥됐을 때 집필한 ‘십자가 위의 악마’에 김 씨의 ‘오적(五賊)’이 직접적인 영감을 줬다고 했다. “‘십자가…’는 당시 교도소에서 화장실 휴지에 쓴 소설입니다. 내 작품을 영어가 아니라 토속어인 기쿠유어로 쓰기로 작정했을 무렵이지요.” 자신의 삶과 문학에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시기는 김지하 시인의 작품과 함께했던 때라고 응구기는 밝혔다.
지난주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그는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룩스에서 수상 후보 1위로 꼽혔다. 응구기는 “올해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후보로 거론됐다”라면서 “해마다 노벨 문학상 발표일이면 많은 기자가 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데, 기자들을 집으로 들여 커피를 마시면서 고생한다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라며 웃었다. “많은 분이 작품의 진가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르는 느낌”이라며 유력 후보로 꼽혀 온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이 선정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문학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면서 “단순히 대중가수로서뿐 아니라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수상하게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자신을 “소수 언어를 위해 투쟁하는 언어 전사”라고 표현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행한 언어 말살 정책을 보면 언어의 권력관계를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어를, 영국이 식민지 케냐의 아프리카 언어를 억압한 데서 보듯 제국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를 억압했다”라면서 “힘에 의해 타자의 언어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모든 언어가 상호 평등한 관계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응구기는 “몸이 성장하는 데 산소와 먹을거리가 필요하듯 마음이 성장하는 데 문학을 비롯한 예술이 자양분이 된다”라면서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살하려던 독자가 내 작품을 읽고 마음을 바꿨다는 고백을 들었던 적이 있다”라면서 “그와 나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이렇게 공유하고 연결된다. 이런 마법을 부리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했다.
응구기는 22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다. 25일 오후 1시 연세대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케냐와 한국의 문학적 연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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