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7시 45분 서울 광진구 건국대 공학관 4층의 한 강의실. 부슬비까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캠퍼스는 아직 고요한데 유독 이 강의실에만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이 학교의 1교시 시작은 9시부터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노트를 폈다. 8명의 학생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8시 정각 허정 전자공학과 교수(57)가 강단에 섰다. 곧 전자기장의 에너지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포인팅 벡터’와 관련된 문제 풀이가 시작됐다.
2001년부터 8차례 건국대의 ‘베스트 티처’로 선정된 허 교수는 바로 이 ‘0교시’ 수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학기에도 월, 수요일 1교시 강의를 맡으면서 8시부터 문제풀이 시간을 갖고 있다.
정오까지 이어진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기자를 만난 허 교수는 “정규 수업시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벌써 여러 해 이렇게 수업해 왔다”고 얘기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연구 실적이 교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하지만 허 교수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많은 교수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한 것이 학생들에게는 평생의 자산이 될 텐데 하나라도 더 알게 해서 내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와 같은 방식이지만, 학생들은 허 교수의 노력이 반갑고 고맙다는 반응이다. 따로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이날 0교시 수업엔 총 수강생 36명의 절반이 넘는 20명이 자리를 채웠다.
비단 0교시 수업이 아니라도 학생들이 막힌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허 교수는 친절히 지도해 준다. 전자공학과 4학년 윤진 씨(26)는 이날 오후 “상담이 필요하다”며 허 교수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미처 못 마친 3학년 과정 수강과 졸업 작품 준비를 함께 하는 게 나을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45분가량 상담하며 학습법까지 지도받은 윤 씨는 “교수님들도 다들 바쁘신데 일찍 출근해 강의하고 시험기간엔 새벽에도 질문을 받는 열정을 보여주시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팬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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