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늘에 울려퍼진 2300명 전몰용사 이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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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 유엔군-카투사 한명 한명… 유엔기념공원서 3시간 동안 호명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롤콜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이 전사자 이름을 부르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롤콜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이 전사자 이름을 부르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앨런 제임스 러셀, 알트하우스 헨리, 아나카 조지, 앤더슨 프레더릭….”

 10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유엔묘지). 굵은 빗줄기 사이로 낯선 외국인들의 이름이 허공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름 부르기’는 3시간이나 이어졌다. 현장에 모인 400여 명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유엔기념공원 내 전몰장병 추모명비 앞에서 전몰장병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roll call)’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는 카투사(KATUSA·미군 배속 한국군) 전사자 36명을 비롯해 영국인 885명과 터키인 462명 등 6·25전쟁 때 희생된 유엔군 전사자 2300여 명의 영령이 잠들어 있다. 우리 땅에 묻힌 6·25전쟁 참전용사의 이름이 모두 호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6·25전쟁에 참전한 카투사 7052명을 위한 롤콜 행사가 6월 25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처음 열렸다.

 가장 먼저 김종욱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과 전외숙 유엔평화기념관장이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 오세준 군(연지초교 6학년)과 민예담 양(개림초교 6학년)이 영국인 참전 용사 100명의 이름을 외쳤다. 고교생과 대학생, 군인, 시민단체 회원 등이 2명씩 한 조를 이뤄 잠든 용사들의 혼을 불러 깨웠다. 김 회장은 “오늘 행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6·25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고 이들의 희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1일 열리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에 앞서 기획됐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턴 투워드 부산은 국내는 물론이고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 참전용사와 가족 등이 한국 시간으로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맞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 간 고개 숙여 묵념하는 행사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6·25전사#유엔군#카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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