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역사 선생님은 ‘세종대왕’이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세종대왕이 아이에게 말한다. “저번 시간에 어디까지 배웠지? 오늘은 훈민정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세종대왕은 아이와 수준에 맞춰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 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42·사진)가 내놓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방식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국교육행정학회 학술지에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학교 교육 시스템 재설계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해 경직·획일·경쟁적인 학교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했다. “알파고 시대엔 1 대 다(多)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나 인공지능과 사람이 일대일로 소통하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맞춤형 교육이 될 것입니다. 현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해요.”
정 교수는 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교육’이 공급자 중심의 학교 시스템을 학습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출석만 하면 자동으로 학년 진급이 이뤄지는 교실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진도를 나가기 바쁜 교사가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의 학습 관리를 제대로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세종대왕’과 같은 기술 기반 학습 시스템은 학생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전달하고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생의 학습 상태를 관리한다. 그는 또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가 ‘무학년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학년제는 학년과 교육과정의 연계 대신 모든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게 학습하는 제도다. 이때 학년은 학생들이 동아리, 봉사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때만 유지된다. 교사는 학습 멘토, 코치로서 학생의 학습에 장애나 문제가 생길 때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은 이미 무학년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중단도 막을 수 있다”라며 “시범·연구학교를 운영해 한국 실정에 맞는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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