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만난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유아교육계의 대가로 꼽히는 그는 최근 ‘적기교육’이란 책을 통해 유아들에게는 때에 맞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임을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집에서는 환호 혹은 탄식이 터져 나온다. 바야흐로 유치원 추첨 시즌이다. 만 3세 전후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안다. 그 고민하고 마음 졸이는 시간을. 유아들에게는 어떤 교육과 환경이 필요할까. 지난달 22일 국내 최고의 유아교육 전문가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66)를 만났다.
“먼저 놀이 ‘학교’, 영어 ‘유치원’ 같은 말은 쓰면 안 돼요. 그런 기관은 학교도 유치원도 아니죠. 그냥 학원, 교습소일 뿐이에요. 국가 수준의 누리과정을 충실히 구현하는 곳이어야 학교인 것이고, 유치원이라 부를 수 있어요.”
―‘이화유치원’ 원장을 8년간 하셨고 유아교육학회장도 지내셨죠. 어떤 유치원이 좋은 곳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교사’입니다. 교사가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얼마나 경력을 가졌는지 원장께 물어보세요. 엄마들이 자꾸 물어야 원장들도 돈을 들여 좋은 교사를 씁니다. 요즘은 유치원 인테리어를 많이 보죠? 멋진 갤러리처럼 꾸민 곳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붙여놓은 곳이 좋은 곳입니다. 장난감이 영역별로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아이들 눈높이에 아이들이 꺼내 쓸 수 있게 잘 정리돼 있는지 보세요. 특히 화장실이 깨끗한지 봐야 합니다. 화장실이야말로 기본 생활습관을 제일 많이 기르는 곳이기 때문이죠.” ―최근 ‘적기교육’이란 책을 통해 40년간의 유아교육 경험을 풀어내셨는데 조기교육보다 적기교육이 중요하다고요.
“너무 많은 특별활동을 하는 유치원은 추천하지 않아요. 어린 시절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행복감을 경험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지식보다 대인관계 지능, 신체 지능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창의적 다중 지능이 요구되죠. 이건 집단 속에서 놀이와 관계 맺기를 해야만 배울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공주, 왕자처럼 키워지죠. 그런데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예전 아이들보다 자신감이 없어요. 그 나이엔 못하는 게 당연한 건데도 잘하는 아이들과 비교하니 ‘나는 못 한다’고 스스로 세뇌시켜요.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요. 사교육을 많이 한 아이들은 산만해요. 자기가 모르는 걸 자꾸 이것저것 집중하라고 하니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지요. 엄마들이 산만함을 키우는 거죠.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불안하면 유아교육과 전공에 ‘유아행복론’이 학과목으로 들어왔겠어요.”
―어떤 교육이 밝고 우수한 아이를 만드나요.
“아이에게 ‘몰입’할 기회를 줘야죠. 유아에게 제일 좋은 교육은 몰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내가 다 완성했다. 너무 재밌다. 난 할 수 있어’라는 긍정과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많이 읽고 대화도 많이 나눠야 해요. 요즘 아이들은 사교육 때문에 엄마를 포함해 친구 등 주변인과 관계를 맺거나 대화 나눌 기회가 너무 적어요. 먼저 출발한 아이가 반드시 먼저 도착하진 않아요. 살아보니 정말 그래요. 늦은 것 같지만 적기에 제대로 출발한 아이가 끝까지 제대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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