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환자 가족들, 함께 머무는 ‘집’이 절실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부산대병원내에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설립 주도 제프리 존스 변호사

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제프리 존스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회장. 그는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난치병 환자의 가족을 위한 주거공간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제프리 존스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회장. 그는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난치병 환자의 가족을 위한 주거공간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린이병원에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부모들의 눈물이 공존한다.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은 오랜 치료 탓에 학교를 갈 수가 없다. 그 대신 ‘병원학교’에서 공부한다. 어린 자녀의 치료가 먼저이다 보니 다른 가족들은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동생이나 형 누나는 조부모 등 친척 집으로 보내지고 엄마들은 병실 한쪽에서 쪽잠을 잔다. 가족 해체나 다름없다.

 13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착공식이 열린다. 이곳은 장기 치료로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환자의 가족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또 다른 집’이다. 간병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공동 부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아이들은 어린이도서관이나 실내 놀이터에서 또래와 함께 놀 수 있다. 내년 5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환자 가족들은 방 1개당 하루 1만 원의 숙박비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착공식을 기다리는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64)의 심경은 남다르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재단법인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글로벌 비영리재단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는 1974년 장기 입원 어린이환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2개 나라에 지부가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존스 회장을 9일 만났다. 그는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회장으로 일한 1년 5개월을 되돌아보며 “내가 왜 회장이 됐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본업은 변호사다. 하지만 하우스 건립을 위해 모금하러 다닌 시간이 더 많았다. 그는 “아직도 한국의 기부문화는 척박하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10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기부에 인색하고 특히 개인기부 문화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존스 회장은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하겠지’라는 마음 대신 더 넓게 주변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개인과 기업의 기부문화를 확장시키기 위해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애견패션쇼’를 열었다.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위기를 활용했다. 예쁘게 차려입은 반려견과 견주, 소아암환자 등이 함께 런웨이를 걷는다. 패션쇼도 보고 기부도 하는 행사여서 호응이 좋다.

 존스 회장의 한국 생활은 1980년 시작해 37년째다. 외국인 최초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일했고 경기도 영어문화원장, 한국관광공사 이사 등을 지냈다. 한국인 아내와 함께 10대 아들 2명을 키우고 있다. 그의 목표는 양산부산대병원 외에 4곳의 ‘하우스’를 더 만드는 것이다. 하우스에는 그동안 병원학교 아이들이 쓴 백일장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항암치료의 아픔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는 아이,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음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어른들이 해줄 일이 너무 많습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부산대병원#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제프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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