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정복할 수 없는 산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베토벤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과정은 그 음악의 뜻을 더 깊이, 더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은) 끝이 없는 것이지요.”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0·사진)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토벤은 정복할 수 없는 대상”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8∼10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c단조, 작품번호(Op.) 37’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따뜻하면서도 품격 있는 연주가 (어려운) 베토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현지 공연전문 매체들도 “백건우의 베토벤 연주를 접한 뉴욕 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그(백건우)의 음악을 더 자주 듣고 싶다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3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에, 청중들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공연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탁월한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삶의 조화, 음악과의 조화, 아내(영화배우 윤정희 씨)와의 조화를 통해서”라며 ‘조화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끝없는 연습을 통해 베토벤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려 한다. 그런 새로움을 찾을 수 없다면 연주자가 관객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6시간 이상의 연습’을 거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 명문인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출신인 그가 뉴욕에서 뉴욕 필과 협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세 때 뉴욕에 와서 음악 생활을 시작했고, 1971년 줄리아드음악원 졸업 후 같은 해 링컨센터의 앨리스튤리홀에서 첫 리사이틀을 가졌다. 그는 후학들을 향해 “1등 하기 위해 하는 공부나 음악은 진정한 공부도, 진정한 음악도 아니다. 나만의 잠재력을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잘 발휘할 것인가를 찾는 과정이 공부”라고 말했다.
“물론 음악 콩쿠르 같은 곳에서 1등, 2등을 가려 상을 줍니다. 그건 그런 잠재력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한 일종의 ‘격려’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콩쿠르 1등이 음악을 하는 목적이 돼선 안 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음악 공부는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나만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그런 공부엔 1등도, 2등도, 꼴등도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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