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2016 용감한 시민’ 16명 선정
위험 무릅쓰고 강도 추격해 붙잡고 화재현장서 방문 두드려 주민 구조
전복된 통학버스서 아이 등 구출
경찰청이 올 한 해 사건 사고 현장에서 범인 검거, 인명 구호 등에 기여해 ‘2016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한 시민 16명 가운데 3명. 첫번째 사진부터 방글라데시에서 귀화해 금은방 절도범을 붙잡은 심동민 씨,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구조한 박지원 씨, 편의점 내 폭행사건을 제압한 남모 씨. 경찰청 제공
25년 전 한국으로 와 한국 문화, 한국 사람이 좋아 2012년에 귀화한 방글라데시 출신 심동민 씨(47). 그는 지난달 17일 경남 김해시 자신이 운영하는 인도 카레 식자재 가게 근처에서 “도둑이야”라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었다. 곧장 달려 나간 그는 200m를 추격해 범인을 잡았다. 2370만 원 상당의 귀금속 34점을 훔친 사람이었다. 경찰청은 그를 ‘2016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했다.
심 씨는 외국인명예경찰대와 외국인자율방범대원이기도 하다. 그는 야간에 거리에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주일에 두세 차례 방범 순찰활동을 벌인다.
그는 “처음 정착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고 가르쳐줬던 것이 고마워 나도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이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으로서 우리 동네 안전을 지키고 싶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강도를 잡기 위해 돌진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심 씨가 잡은 강도는 필리핀 사람이었다. 그는 “강도가 마스크를 벗자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같은 외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나의 선행으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년째 지인 아들이 운영하는 슈퍼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는 나모 씨(67)는 행인들의 “잡아라”라는 소리를 듣고 눈앞에 뛰어가는 사람이 범죄자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곧바로 추격해 붙잡았다. 범인은 80대 할아버지가 모은 아내의 수술비 3000만 원을 훔쳐 달아나던 중이었다. 나 씨는 “배달 일을 하면서 골목길을 잘 알고 있어 범인이 도망치는 행로를 파악하고 있었다. 노부부의 소중한 돈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나 씨는 한 달 월급 200만 원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장인과 장모, 아내, 대학 4학년인 딸을 부양하고 있다. “나는 행복한 남자”라고 말한 나 씨는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위급한 순간에도 솔선수범해 남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보안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는 박지원 씨(23)는 지난달 13일 새벽 수성구 범어동 인근을 순찰하다 원룸 건물 2층에서 나는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들었다. 불이 난 것을 발견한 박 씨는 119에 신고한 뒤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사다리를 이용해 2층 주민을 구조했다. 유독가스 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방문을 두드려 아침잠을 자던 다른 주민을 깨워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이처럼 올해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못지않은 활약으로 범인 검거나 위험 예방, 인명 구호 등에 기여한 16명을 ‘2016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해 22일 포상했다.
부산에서 유치원생 21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차량 유리를 깨고 들어가 어린이들을 구출한 시민 김모 씨(63)와 신모 씨(50), 편의점에서 여성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 폭행당하던 피해자를 구하고 가해자를 제압한 남모 씨(42) 등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시민사회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치안’의 의미를 새기고 모범 시민들의 공적을 알리고자 처음으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수상자들에게는 경찰청장 명의의 감사패와 기념 선물이 주어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치안은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용감한 시민들 덕분”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시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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