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 앞둔 ‘십시일밥’ 이호영 대표
점심시간 교내식당서 일하고 수당으로 받은 ‘식권 기부’ 이끌어
‘십시일밥’의 이호영 대표가 최근 한양대 학생식당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식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공강(空講·빈 수업시간)의 기적’이었다. 대학생 2600여 명이 2년 반 동안 학생식당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흘린 땀은 배고픈 친구 1800여 명의 4만 끼 식사가 됐다. 기적은 2014년 2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봉사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한 대학생의 작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십시일밥’ 이호영 대표(26)의 이야기다. 십시일밥은 수업이 비는 점심시간, 교내 학생식당에서 일한 뒤 수당으로 받은 식권을 어려운 처지의 학생에게 기부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2014년 9월 시작해 현재 28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십시일밥을 이끌며 사회 각계에서 주목받았던 이 대표가 내년 2월 한양대를 졸업하며 십시일밥을 떠난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양대 식당 설득에만 석 달이 걸릴 정도로 ‘식권 기부’라는 생소한 개념에 사회는 쉽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며 “처음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밀어붙였다”고 했다. 운영비를 대기 위해 용돈을 부었고 독일 교환학생 기회도 포기했다.
“학생식당은 대학생의 일상에서 가장 친근한 곳이죠. 십시일밥의 매력은 바로 ‘일상 속 봉사’예요. 식권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의 사연을 우편으로 받고 철저히 익명을 보장해 등기우편으로 식권을 보내는 것도 그들의 마음을 한 번 더 꼼꼼히 헤아린 것이었답니다. 대학생의 관점에서 이끈 덕이지요.”
‘나눔의 가치’를 실천했던 2년 반, 아쉬운 건 없었을까.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 십시일밥은 ‘선생님’이었다. 이 대표는 “공부를 위해 끼니를 거르는 친구들의 사연을 읽으며, ‘좋은 회사에 들어가 내 돈만 벌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이기적인 내 모습을 후회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십시일밥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졸업 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세밑 한파에 기부마저 줄었다지만 한국인의 십시일반 정신이야말로 제2, 제3의 십시일밥의 기적을 이끄는 힘이라 믿는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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