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람의 건강상태부터 정치가의 진심까지 알 수 있죠.”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 교수(58·사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음성분석 전문가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의 목소리를 분석해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하라’고 주장한 트럼프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읽히지 않는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독자적 음성분석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엔 정보기술(IT) 분야 양대 학회인 한국통신학회, 한국정보처리학회 등 두 단체에서 회장단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처럼 소위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인기 비결을 찾고 있다. 그는 “음성분석은 음 높이, 에너지, 편차를 이용해 언변 속에 가려진 화자의 진짜 감정을 분석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화자의 말이 진심일 때 음 높이와 에너지는 비례한다. 감정이 실리면 음 높이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화자의 말이 진심이 아닐 경우 음 높이나 에너지가 평소와 같거나 작게 나타난다.
조 교수는 ‘11월 미국 대선 TV 1차 토론’(트럼프)과 ‘호주 선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독설’(두테르테)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 결과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막말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진심이 담긴 막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유세 기간 1989년 교도소 폭동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두고 한 막말은 진심으로 분석됐다. 음 높이 편차가 264.3Hz로 높게 나타났고 음 높이와 에너지의 변화가 비례했다.
조 교수는 “본래는 새로운 건강관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음성분석 연구를 시작했지만 응용 범위가 넓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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