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全美선수권 준우승 ‘스타’… 페어 지민지-레프테리스組 맡아
생애 첫 올림픽 출전 꿈 다져
14세였던 1999년 전미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미국 피겨스타 미셸 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원조 은반 요정’ 남나리(32·재미교포). 그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에 몰린 수백 명의 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고질이 된 엉덩이 부상을 극복하지 못해 2008년 쓸쓸히 은퇴했고 간절한 꿈이던 올림픽 출전도 이루지 못했다. 부모님의 나라에서도 점차 잊히는 듯했다. 그러던 중 남나리는 2015년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기회를 갖게 됐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페어스케이팅 출전을 노리는 지민지(18·창문여고)-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35·미국) 조의 코치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레프테리스는 현재 한국으로의 특별귀화를 추진 중이다.
7일 제71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찾은 그는 “은퇴 후 미국에서 코치를 하느라 한국에 올 기회가 없었지만 지민지 조의 코치가 되면서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됐다”면서 “한국 팀의 구성원으로 평창에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고 말했다. 남 코치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성장한 지민지와 레프테리스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레프테리스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한국말도 가르쳐준다. 남 코치는 “지민지를 맡게 된 덕분에 한국말이 다시 유창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 싱글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본 그는 “한국 여자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특히 유영(13)과 최다빈(17)의 실력이 굉장한 것 같다”면서 “유영은 로봇처럼 정확한 점프를 하고, 최다빈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연령대의 미국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의 점프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 한국 선수들은 성실하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코치는 “점프 연습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상을 피할 수 없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선수들의 경쟁에서 순위는 결국 표현력에서 갈린다. 부상을 조심하면서 예술 점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최고 피겨 선수였던 김연아는 탁월한 기술을 갖췄으면서도 보는 이에게 선수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표현력의 여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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