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공기質 세계 두번째 최악… 우리도 놀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세계도시 지수 발표하는 ‘에어비주얼’ 얀 보키요 대표

주말부터 미세먼지 주의보가 이어진 21일, 인터넷에 뜬 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서울 공기 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쁘다’는 내용. ‘에어비주얼(AirVisual)’이란 이름의 한 국제 비영리법인이 조사한 전 세계 주요 도시 대기오염 순위에서 서울이 오전 한때 깜짝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얀 보키요 에어비주얼 대표는 “주요 도시 공기 질 순위를 뽑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주얼 제공
얀 보키요 에어비주얼 대표는 “주요 도시 공기 질 순위를 뽑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주얼 제공
에어비주얼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얀 보키요는 28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실시간 조사다 보니 종종 서울과 같이 예상치 못한 도시들이 전통의 미세먼지 강호 베이징과 뉴델리 같은 도시를 제치고 깜짝 상위권을 기록한다”며 “그래도 그 덕에 우리가 알려지게 됐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프랑스인인 보키요 대표는 20년 전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 정착했다. 베이징에 살다 보면 자연히 대기오염에 관심을 갖게 마련. 특히 아이들이 생기면서 대기오염의 심각성은 더 크게 다가왔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빅데이터와 통신을 다루는 직장에서 일한 그가 떠올린 것은 ‘각국 공기 질 측정값’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그는 “측정값을 가공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대기오염 문제를 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또 우리 지역을 넘어 세계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2015년 베이징에서 에어비주얼을 창립했다. 중국 미국 프랑스 영국 체코 등 다양한 국적의 환경과학자, 컴퓨터공학자, 컴퓨터디자이너 10명이 함께했다. 각국의 공기 질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받아 정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짰고, 위성 정보와 연계해 기상에 따라 각국 대기오염 물질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주는 3차원(3D) 지도를 만들었다. 공기 질 지수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사용하는 AQI(Air Quality Indexes)로 통일했다.

그는 “가장 뿌듯하고 즐거웠던 일은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이 처음 외부에 공기 질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주얼은 모든 공기 질 측정값과 비교 순위, 지도 정보를 무료로 공개한다.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어비주얼은 지난해 말부터 ‘노드(node)’라는 개인 공기 질 측정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외부 공기 질만큼 중요한 실내 공기 질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실내외 어디서든 공기 질을 상시 측정해 알려주는 기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드가 기록한 전 세계 각지의 공기 질 측정값은 에어비주얼 본사로 도착해 빅데이터를 짜는 재료가 된다. 수익과 연구 두 마리를 다 잡은 셈.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지역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재차 실감했듯 많은 사람이 그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에어비주얼#서울 미세먼지#노드#node#개인 공기 질 측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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