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로봇 원격조종해 해외서 나대신 강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日 안드로이드 1인자 이시구로 교수
“앞으로 로봇에 귀찮은 일 맡기고 인간은 여유로운 삶 즐기게 될것”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10일 일본 오사카의 연구실에서 자신을 닮은 제미노이드(쌍둥이 로봇)와 함께 굳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웃지 않는
것’이 자신의 특징이라는 그는 “제미노이드는 이미 부분적으로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10일 일본 오사카의 연구실에서 자신을 닮은 제미노이드(쌍둥이 로봇)와 함께 굳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웃지 않는 것’이 자신의 특징이라는 그는 “제미노이드는 이미 부분적으로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기술이 진보할수록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란 절대적 확신이 있습니다. 앞으로 귀찮은 일은 모두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여유롭고 윤택한 생활을 즐길 미래가 올 것입니다.”

10일 일본 오사카(大阪) 오사카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시구로 히로시(石黑浩·54) 교수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안드로이드 분야의 1인자인 그는 10년 전부터 자신을 복제한 로봇 ‘제미노이드’를 만들며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실물을 똑같이 닮은 최초의 로봇’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그는 또 영국 컨설팅업체에서 선정한 ‘살아 있는 천재 100명’ 중 일본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26위)에 이름을 올렸다.

로봇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한마디로 인간을 더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를 닮은 로봇은 부분적인 나라고 생각한다. 로봇을 만들며 눈의 움직임, 몸의 작동 방식 등 인간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실에선 제미노이드를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를 본떠 만든 이 로봇은 외모는 물론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의 질감, 눈의 움직임, 고개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버릇 등이 복사한 것처럼 닮았다. 옆에 서 있으면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이시구로 교수는 “원격조종이 가능해 해외에서 나 대신 강의도 한다. 스스로도 로봇과 닮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성형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로봇이 이시구로 교수와 지나치게 닮은 탓에 해외 출장을 가려고 공항에서 짐 검사를 받을 때마다 “이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사후 100년을 맞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를 니쇼가쿠샤대와 함께 로봇으로 부활시켰다. 이 로봇은 올해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축사를 했다. 그는 “일본의 대학 수업에서는 거의 질문이 없다. 지금 수준의 로봇이라면 수업도 진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로봇은 당신이 지금 쓰는 보이스레코더, 컴퓨터와 마찬가지”라며 “인간과 로봇은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가 아니라 공존 관계”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100년, 200년이 지난 후에는 뇌를 포함한 모든 장기가 인공으로 바뀌어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사라지고 ‘죽지 않는 인간’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사카=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안드로이드#이시구로 히로시#제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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