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개인 사정으로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와 예비부부의 합동결혼식을 지난달 29일 열었다. 충남 계룡대의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공관 정원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가한 이들은 장교, 부사관, 군무원 16쌍이다. 이 중 5쌍은 이미 혼인신고를 한 부부였다.
김남규 상사(40) 박훈아 씨(45) 부부는 2007년 결혼하려 했지만 결혼식 직전 박 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혼인신고만 한 채 결혼식을 기약 없이 미뤘다. 6년여 동안의 투병 생활 끝에 박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중년인 나이와 자녀 양육 문제가 마음에 걸려 결혼식을 올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 상사는 “아내와 ‘꼭 결혼식을 올리자’고 약속했는데 이제라도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 조영진 하사(27)도 경제적 상황 탓에 2014년 조하나 씨(32)와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야 했다. 조 씨는 혼인신고 3년 만에 임신 9주차에 접어든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조 하사는 “필리핀에서 태어난 제게 결혼식을 선물해 준 대한민국 육군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날 결혼식은 육군 장병과 신랑 신부 가족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장 총장은 공관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하고 주례도 맡았다. 육군은 결혼식, 웨딩촬영, 3박 4일 제주 신혼여행 등 일체를 지원했다. 장 총장은 “행복한 군인이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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