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랍 국가들은 모두 가족 중심의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놀랄 만큼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거뭇하게 수염을 기른 아랍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을 설명하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됐다. 한국 문화를 담은 최초의 아랍어 책을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간하는 후메이드 알 하마디 UAE 한국문화협회장(45)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약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모두 한국어로 진행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던 2002년 우연히 한국을 여행하며 삶의 궤적이 바뀌었다. 그는 한국문화협회장 외에 한국관광공사의 명예 홍보대사, 한국문화원의 K컬처 서포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 여행 중 알게 된 ‘정’이란 단어 때문에 한국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UAE 사람들은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땅한 단어가 없어서 이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무척 어려웠어요. 그런데 한국에선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우리에겐 이름 없는 감정을 한국 사람들은 ‘정’이란 한 단어로 콕 집어 표현하고 있었거든요. 아시아의 작은 나라와 이렇게 잘 통할 줄 몰랐죠.”
한국에 ‘꽂힌’ 그는 UAE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한국을 공부했다. 일본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한국 전통의 옷으로 잘못 소개한 자국 신문사에 직접 전화해 기사를 고치는 등 아랍에 잘못 알려진 한국 문화 바로잡기에도 나섰다. 2012년엔 한국에 관심이 많은 26명의 UAE 사람들을 모아 한국문화협회를 만들었다.
그는 “한국과 UAE는 정부와 정부, 기업과 기업의 교류는 나름대로 활발했지만 국민과 국민 사이의 소통은 별로 없었다”며 “사람과 사람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한류 열풍이 불며 UAE 전역에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확산됐지만 그는 여전히 목말랐다. 진짜 한국인, 한국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4월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한국 문화 살피기(Glance of Korean culture)’.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한국을 찾아 현장 조사도 철저히 했다.
“한국은 해외에서 모르는 나라가 없을 만큼 유명해졌는데 한국어를 아랍인의 시각으로 아랍어로 설명한 책은 한 권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한글, 세종대왕, 유관순, 음식 등 아랍인들이 잘 모르는 한국 문화를 다뤘죠.”
그가 책을 통해 특히 주목한 건 한국의 엄마들이었다. 천연자원이 나지 않는 척박한 나라가 식민지, 6·25전쟁,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의 파고를 겪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난 배경엔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 한국 엄마들의 힘이 있었다는 것. 한국을 웬만큼 파악하지 않고선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UAE에 한국 원전이 들어오며 한국 기술력에 대한 UAE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졌죠.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 친근한 나라라는 이미지도 생겼고요. 이젠 서로 친해지기 위해 용기를 낼 때입니다. 분명히 서로 좋아할 겁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