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만 갇혀 한일관계 바라봐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다나카 日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총장
“과거사-다른 분야 멀티트랙 외교… 북핵대응-경제협력엔 손잡아야”

다나카 아키히코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총장이 15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안보 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제공
다나카 아키히코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총장이 15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안보 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제공
“위안부 합의 문제는 한일 관계에서 많은 중요한 의제 중 하나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 가지 이슈만으로 양국 관계를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나카 아키히코(田中明彦·63)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총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과거사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양국의 ‘멀티트랙’ 외교를 주문했다.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소장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을 거친 동북아 국제정치 석학인 다나카 총장은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안보 전략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한일 관계 마찰의 중심인 위안부 합의의 운명에 대해 다나카 총장은 “글자로만 존재하는 빈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재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국 측이 반대 의사를 확고히 한다면 합의는 파기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안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연구하기 바란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과거사 이슈와 관련해 일부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다나카 총장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그는 “김정남 암살 사건은 충격적이었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 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이 같이 설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경제 협력도 계속돼야 한다며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경제 제재를 가하는 중국을 한국과 일본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논의와 재무장 논란에서 한국이 군국주의 부활 심리를 염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짜 국회의원들이라면 표를 얻기 위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할 수 있다”면서도 “법무상이나 방위상 정도 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행동 맥락을 이해하고 이로 인해 초래될 국제적 파장을 생각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군비 증강이 어디까지나 중국의 부상과 북핵 위협과 같은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다나카 총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체제 탈피’와 같이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구호에 대해서도 “총리에겐 미안하지만 정치인들은 공허한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경험이 있는 일본이 한국에 줄 조언은 없느냐는 질문에 “미일 정상의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트럼프는 좋은 ‘리스너(경청자)’다”라며 “역사의 디테일에 약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측이 자국의 지정학적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한다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총장#위안부 문제#다나카 아키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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