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협회장 2년 임기 동안 실천하려고 준비한 ‘버킷리스트’를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61·사법연수원 17기)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사무실에는 길이가 1m는 족히 넘는 긴 족자가 걸려있다. 김 회장이 2년 임기 동안 자신이 꼭 해야 할 일 98가지를 적어둔 ‘버킷리스트’다.
이 리스트에는 김 회장이 올해 초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공약은 물론이고 상대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 등 법조계 현안이 두루 담겨 있다. 리스트 중에는 일부 별 모양 표시가 붙어있는 항목도 있다. 법조 화합 대통합위원회 신설 등 2월 27일 취임 이후 이미 실천에 옮긴 내용들로 모두 7가지나 된다. 버킷리스트에 남은 목표 중에는 검찰총장 및 검사장 직선제 도입, 전관예우 혁파 등 국회와 법원을 설득해야 하는 큰 주제도 여럿 담겨 있다.
26일 만난 김 회장은 버킷리스트 항목 중 하나인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문제부터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제 임기 2년간 총 8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는데, 그 가운데 최소 2명은 법관이나 검사 출신이 아닌 순수 재야 변호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대법관이 돼야 기존 사법부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판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이를 위해 최근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상훈 전 대법관과 박병대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에 김선수 변호사(56), 김형태 변호사(61) 등 재야 변호사 출신들을 공개 추천했다.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감찰 대상이 된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은 법무부의 탈검찰, 문민화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감독기관인 법무부가 검사들로 채워져서는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보직에 앉혀 검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검찰 개혁은 중요한 문제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우선 검사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을 중용한 사례를 들며 “강직한 검사들을 발탁해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훌륭하고 성실한 검사들을 발탁해 기회를 주면, 그들이 앞장서서 조직을 잘 추슬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검사장 직선제 도입처럼 검찰 조직에 민주적 통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은 변호사 업계도 큰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김 회장은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변협 회원들 사이에서는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며 “다만 사견으로는 공수처 도입 초기에는 검사 비리 수사 등 제한적 역할을 맡긴 뒤 점차적으로 기구와 권한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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