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언론에 많이 등장할 수록 연봉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그는 앞으로 목소리와 CEO 성향의 연관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동요 아시죠? 노래 가사가 통계로 입증된 겁니다.”
3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영한 교수(45·경영학과)는 동요 제목을 말하며 자신의 논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논문 제목은 ‘최고경영자(CEO)의 미디어 출현과 연봉의 관계(The Relationship Between CEO Media Appearance and Compensation)’. 김 교수와 강진구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경영학과 교수는 1997∼2009년 미국 상장사 2666곳의 CEO 4452명이 언급된 언론기사 10만4129개와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의 인터뷰 6567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CEO가 언론 등을 통해 인터뷰하면 협상력이 높아져 연봉이 21만239달러 높아진다’는 사실을 통계로 분석했다. 이 논문은 지난달 말 세계 경영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지인 ‘오거니제이션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미네소타대 칼슨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9년부터 싱가포르 명문인 난양공대 강단에 섰다. 2015년 귀국해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미디어 노출과 기업 성공의 상관관계 외에도 기업 투자와 관련된 독특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관심도와 싸이 가족회사 주가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특정 지역 유튜브에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정해진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약속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행위)이 뜨면 정확히 하루 뒤 해당 지역에서 싸이 가족회사 투자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미디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주가 변동으로도 이어진다는 걸 빅데이터로 보여준 성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CEO와 정치인의 ‘얼굴 가로세로비율(fWHR)’이 이들의 평소 성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재무학회(AFA)에서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많은 리더들이 과감한 경향을 보인다는 일반의 평가에 fWHR 개념을 끌어와 객관적으로 뒷받침한 것.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 CEO 및 정치인의 fWHR는 1.9∼2.0으로 일반인(1.8)보다 높다. fWHR는 신경내분비학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광대뼈가 벌어지고 fWHR 수치가 높아진다. 또 fWHR 수치가 높을수록 남성성을 띤다.
마치 관상가와 같은 분석에 대해 김 교수는 “투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연구 소재가 된다”며 “다른 영역에서 거론되는 이론도 리더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척도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fWHR는 2.03”이라며 “앞으로 더 과감하게 정국을 돌파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교수는 “CEO의 성향과 목소리의 연관성을 밝혀볼 계획”이라며 “이런 식으로 행동재무를 연구하다보면 인물을 보는 눈도 기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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