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인사 중 한 명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71·사진)가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미연구소(USKI) 3대 소장으로 7일(현지 시간) 취임한다고 학교 측이 5일 밝혔다.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인 한반도 연구 싱크탱크인 SAIS의 미국 1대 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 한반도 담당 기자 출신으로 ‘두 개의 한국’의 저자인 돈 오버도퍼였으며 2대 소장은 2016년 1월 암으로 별세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대사(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대북정책 특별대표)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 이듬해 북핵 제네바 합의를 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워싱턴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을 맡아 온 갈루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의회가 주최하는 북핵 관련 청문회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될 정도로 여전히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대북 대화파인 갈루치가 워싱턴의 한미 관계, 북핵 이슈 연구의 허브 중 한 곳인 USKI 소장으로 취임한 것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트럼프의 대북 기조와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최근까지 군사적 조치 등 대북 압박에 주력하면서도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 등 대북 대화 채널을 닫지 않은 만큼 갈루치가 북-미 간 대화 채널의 통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갈루치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 ‘트랙 1.5 대화’(북-미 간 민관급 대화)에 나서는 등 꾸준히 대북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루치는 최근에도 자신과 동갑내기인 트럼프의 대북 강경 노선을 우려하며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갈루치는 3월 29일 상원 외교위원회 주최 북핵 청문회에 출석해 “대북 조치는 봉쇄, 군사력, 협상의 세 가지 방법이 있지만, 어느 하나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세 조치를 적절히 활용한 전략이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제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협상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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