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새 정부 출범후 첫 남북 스포츠 교류… 北시범단 무주대회 참가에 기대
“큰 복이라 여깁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70·사진)는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의 한국 방문에 대해 얘기하면서 ‘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남북) 관계가 경직돼 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황인데 태권도가 긴장 완화와 교류에 조금이라도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4∼30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리는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시범단을 파견하는 ITF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 경기단체다. 한국 주도의 WTF보다 7년 앞선 1966년에 창설됐다.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총재를 맡았고, 현재는 리용선 총재가 이끌고 있다. IOC가 인정하는 단체는 WTF다.
2007년 이후 10년 만이자 새 정부 들어 남북 스포츠 교류의 첫 사례가 될 ITF 시범단의 한국 방문은 조 총재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조 총재는 지난달 스위스 로잔에서 장 위원과 리 총재를 만나 “3년 전 작성한 합의 의정서를 성실히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었다고 한다. 두 단체는 2014년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존중과 시범단 교차 파견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9월에는 WTF 시범단이 평양에서 열리는 I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조 총재는 “요즘 민간 차원에서 북한과의 교류를 추진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실제 성사되는 것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ITF 시범단의 이번 방한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ITF 시범단은 장 위원과 리 총재 등 북한 국적자 32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이다. ITF 시범단은 24일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공연하고 26일 전주, 28일에는 서울에서도 WTF 시범단과의 합동 공연이 예정돼 있다.
‘세계 태권도의 성지’를 표방하는 무주 태권도원(2014년 개원)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는 8일 현재 역대 최다인 183개국, 968명의 선수가 출전 신청을 했다. 각국 임원 748명도 참가한다.
조 총재는 “국기인 태권도의 뿌리는 하나이지만 40년 넘게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단체가 하나로 합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시범단 교류처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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