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착한공방’ 유종하-김지용씨
케냐에 오토바이 전원 백신 냉장고… 베트남엔 태양광 빗물 정수 시스템
현지인들 행복한 표정 보며 보람
전공 지식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벌이는 서울대 ‘착한 공방’에 참여하는 유종하(왼쪽), 김지용 씨는 “이봉사활동은 전공 공부와 세상 경험을 함께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케냐는 전력 공급은 불안정하고 오토바이는 널린 나라였죠. 이 ‘오토바이 백신 냉장고’는 케냐 사정에 맞게 만든 물건입니다.”
수업을 듣느라 약속 시간에 늦었다며 헐레벌떡 달려온 서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유종하 씨(26)의 양손에는 작은 아이스박스만 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서울대 사회공헌단에서 운영하는 ‘착한 공방’에서 만든 백신 보관 냉장고다. 오지 마을 어린이들이 맞을 백신을 운반할 때 오토바이 전원에 선을 연결하면 백신 보관에 적절한 2∼8도를 유지한다. 백 씨는 “약 3년 전 스티로폼으로 처음 냉장고를 만들었고 여러 번 성능을 개선했다”며 “지금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주요 부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공방은 도움이 필요한 해외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기부하는 봉사 단체다. 주로 공대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한 고성능 3D 프린터나 레이저 절단기 등을 사용해 기증할 물건을 직접 만든다.
유 씨와 함께 착한공방에서 활동하는 김지용 씨(23·기계항공공학부 재학)는 올해 초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800km 떨어진 빈딘 성의 한 학교에 빗물 정수 시스템을 설치하고 왔다. 거의 유일한 수원(水源)인 빗물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걸러 주는 시스템이다. 김 씨는 “빗물 정수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 설비까지 같이 설치하면서 이 학교에서 오히려 전력사정이 나아졌다는 인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공부와 병행하는 봉사인 만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유 씨는 “냉장고 부품 하나를 3D 프린터로 만들려고 12시간 동안 기다리기도 한다”며 “케냐에 가기 직전에는 조금이라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자정이 넘도록 매달린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연구 자체가 수업과 연계되다보니 전공 공부도 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 현지인들을 만나며 감사하는 마음도 배우는 거죠.”
졸업을 앞둔 김 씨는 “그동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착한공방에 참여하면서 고가의 정밀기기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8월 한 번 더 베트남을 찾는다. 그때는 올해 초에 봤던 열악한 학교 화장실을 고쳐주고 싶어서 교내에서 모금 활동도 벌였다. 그리고 모금에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만든 스마트폰 스피커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구조의 스피커 하나를 만드는 데도 3개월 동안 설계를 수십 번 바꿔 가며 만들었다”며 “전공 공부를 더 깊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상훈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착한공방은 학교가 가진 최고 장점인 지식을 활용해 수준 높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자는 취지”라며 “학생들에게는 지식을 이윤 창출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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