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봉 영화 ‘군함도’ 류승완 감독 “한일관계 우려” 日기자 질문에 일침
출연 배우들 “몸이 힘든 것보다 아픈 역사 속 정신적 고통에 힘들어”
“기괴한 군함도 사진 한 장에 압도됐습니다. 사실 ‘베테랑’(2015년)보다도 먼저 기획한 작품이에요. 다른 영화는 ‘찍느라 힘들었으니까 재밌게 봐 주세요’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말조차 못 하겠습니다. 우리는 촬영이 끝나면 숙소로 가지만 징용된 분들은 어땠겠나 싶어서….”
15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이 말한 연출 소감이다. 그는 “군함도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곳에 조선인이 있었다는 사실, 그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커져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과 아역배우 김수안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개봉의 신호탄 격인 제작보고회는 통상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여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새기고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로 박물관 내 극장에서 열었다.
앞서 2월 군함도의 첫 예고편이 공개되자 일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면 톱기사로 ‘군함도는 거짓 날조되었다’ ‘소년 광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일본과 대만, 중국 매체들도 참석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는 감독에게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또 영화 개봉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될 우려는 없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류 감독은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가 진심으로 잘 풀리길 바라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고, 해결할 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한일관계는 갑을관계가 아니다. 서로 이치에 맞고 경우가 맞아야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류 감독은 “1938년부터 있었던 일제 국민총동원령에 의해 조선인들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채로, 혹은 속아서 징집된 역사적 배경은 사실이고 최대한 고증에 의해 재현하려 했다”며 “다만 이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사건과 상황들은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배우들도 아픈 역사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영화에서 군함도에 투입된 광복군 역할을 맡은 배우 송중기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느껴졌고 군함도를 잘 몰랐던 게 부끄러웠다”고 했고, 일본군 위안부 역할을 맡은 이정현은 “피해자들의 고초를 연기하며 너무 슬펐고 장면마다 울컥했다”고 전했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상영된 영화 코멘터리 영상에서 배우 황정민은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고 소지섭은 “촬영 내내 육체적인 힘듦보다 아픈 역사가 주는 정신적인 고통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7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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