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9개월 ‘평생 검사’로 정년퇴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정현태 검사, 검찰 역사상 15번째

33년 9개월을 검사로 일한 정현태 대전고검 검사(63·사법연수원 10기·사진)의 정년퇴임식 영상이 검찰 안팎에서 화제다. 정 검사는 검찰 역사상 15번째로 정년을 채운 검사다.

1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는 대전고검 청사에서 9일 열린 정 검사의 정년퇴임식 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은 7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유튜브에도 ‘어느 검사의 33년 9개월’이란 제목으로 게시됐다.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3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한 정 검사는 한때 동기 중에 손꼽히는, 잘나가는 검사였다. 대검찰청 공안1과장, 공안기획관을 거쳐 2002년에는 검사장 승진 문턱인 서울지검 3차장을 맡았다. 하지만 3차장 산하 강력부에서 검사가 가혹행위를 해 피의자가 숨지는 사건이 터지며 그의 출세는 끝났다.

문책성 인사로 광주고검으로 전보된 뒤 정 검사는 15년간 전국 고검을 전전했다. 정 검사는 퇴임사에서 “주춤하다가 세월을 보내서, 어떤 의미로 보면 물러날 시기를 놓쳤다”며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제가 평생 검사가 체질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이런 선배도 있다는 것을 보면서 후배들이 생각을 달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검사가 승진 가도에서 탈락하면 개업을 해 거물 전관 변호사가 되는 일이 공식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깨고 싶었다는 취지다.

정 검사는 영상에서 “30여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철이 들지 못한 채”라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끝으로 후배들에게 “우리는 국가가 범죄를 수사하도록 검찰권을 위임해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평생 검사#정현태 검사#정현태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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