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아동보호시설 ‘성가정’을 운영하던 서재송 씨(88)에게 청년 2명이 찾아왔다. 수십 년 전 서 씨가 보살피다가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던 형제였다.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됐던 이들은 장성하자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성가정에 남은 것은 이 형제의 이름과 생일뿐, 친부모를 찾을 단서는 부족했다. 서 씨는 그 순간 ‘나중에 친부모를 찾을 아이들을 위해 기록을 제대로 남기자’고 결심했다.
서 씨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아이들과 그간 국내외로 입양을 보낸 이들의 사진과 성별, 주민등록번호, 본적, 주소, 보호자의 연락처, 특이사항, 입양된 곳의 주소 등을 찾아내 한 곳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설 운영뿐 아니라 입양인의 부모를 찾아주는 일에 힘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해외로 보냈던 입양인이 요청하면 전국 각지를 돌며 친부모를 수소문했다. 이렇게 기록이 모인 입양인이 1073명이다. 서 씨의 자료는 중앙입양원이 ‘해외 입양인 친부모 찾아주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 씨가 아이들을 보살펴온 기간은 50년이 넘는다. 인천 옹진군에서 태어난 그는 국립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에 징집됐다가 1954년 고향으로 돌아와 고교 교사로 근무했다. 1966년 미국 출신인 고(故) 최분도 신부(1932∼2001)와의 만남이 삶의 전환점이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보자”는 최 신부의 제안에 서 씨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거나 혼혈아에 대한 편견 탓에 국내에서 쉽게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 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대한사회복지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입양아를 도와온 배우 김정은 씨(43·여)와 입양인에 대한 차별을 반성하는 동화를 쓴 박근혜 씨(48·여)는 대통령 표창을,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에서 활동하며 공개 입양의 필요성을 알려온 곽진아 양(15)은 장관 표창을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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