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죽음의 한 연구’ 소설가 박상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철학적 작품 남겨

‘소설가들이 더 사랑한 소설가’로 불렸던 박상륭 작가(사진)가 타계했다. 향년 77세. 13일 문학계에 따르면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고인은 1일 캐나다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인들은 철학적 깊이와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감 때문에 고인의 소설에 열광했다. 1999년에는 현역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박상륭문학제’가 열릴 정도였다. 그러나 난해하고 복잡한 문장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환영받지는 못했다.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나온 고인은 김동리 선생(1913∼1995) 밑에서 이문구 소설가(1941∼2003)와 함께 문학을 배웠다. 1963년 사상계를 통해 ‘아겔다마’로 등단한 고인은 인간의 존재와 죽음, 타락과 구원에 대해 천착하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간호사였던 아내를 따라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한 후 시체실 청소부로 일하며 죽음을 가까이에서 체험했다.

그러나 1975년 발표한 ‘죽음의 한 연구’는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리’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주인공이 40일 동안 온몸으로 치러내는 삶과 죽음의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환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후 그 후속편인 ‘칠조어론(七祖語論)’ 3편에 이어 ‘잡설품(雜說品)’으로 연작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영화 ‘유리’와 연극 ‘뙤약볕’을 비롯해 춤,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의 작품을 토대로 한 예술이 만들어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죽음의 한 연구#소설가 박상륭#박상륭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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