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얻고 인생의 목표가 더 뚜렷해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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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된 지체장애 1급 유경재씨… 한때는 좌절, 운동하며 희망 얻어

“인생의 목표가 더 뚜렷해졌어요.”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유경재 씨(31·사진)가 2017년도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 채용에서 보건복지부 행정 9급에 합격했다. 유 씨는 9월부터 복지부 소속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한다. 중증장애인 경력 공무원은 2008년부터 서류, 면접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 씨 등 22명이 뽑혔다.

유 씨는 2013년부터 5번이나 도전한 끝에 ‘공무원의 꿈’을 이뤘다.

유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범한 가족의 가장이 되는 게 꿈이다. 자녀에게 존경받는 떳떳한 가장이 되려면 직장인, 공무원 등 사회인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육군에서 복무하던 2008년 9월 유격훈련을 받다 밧줄 매듭이 풀려 추락했다.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에 정신적인 충격은 엄청났다. 유 씨는 “우울증과 실어증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시도했다. 나중에는 집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쳐다봤다”고 말했다.

재기를 도운 것은 운동이었다. 병원에서 알게 된 지인이 휠체어를 타고 검술을 겨루는 휠체어 펜싱을 권했다. 유 씨는 “펜싱을 하는 장애인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는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인을 위한 여행지도 그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역, 관광지의 휠체어 이동로와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담은 지도를 만들었다. 현재 전국 장애인 여행지도를 구상하고 있으며 해외여행지도까지 만들 포부도 생겼다. 지난해 8월 한양대 경영학과에 학사 편입해 내년 2월 졸업한다.

유 씨는 “역설적으로 다치고 나서 훨씬 더 바쁜 삶을 살게 됐다. 목표가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라며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전하며 성실한 공직자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체장애 1급 유경재 공무원#공무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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