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로 간 佛천재수학자 “수학의 힘으로 정치 바꿔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세드리크 빌라니 佛하원의원

정치인으로 변신한 프랑스 천재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 하원의원은 “프랑스 과학 연구 분야를 개혁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일보DB
정치인으로 변신한 프랑스 천재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 하원의원은 “프랑스 과학 연구 분야를 개혁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일보DB
1개월여 전 프랑스 총선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없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다수당이 됐다. 신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각계 전문가 중 특히 주목받은 인물이 천재 수학자로 불리는 세드리크 빌라니 하원의원(44)이다.

프랑스 리옹대 교수와 앙리 푸앵카레 연구소장을 겸하는 그는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그는 어깨까지 닿는 헤어스타일, 커다란 거미 브로치, 폭이 넓은 스카프형 넥타이 등 독창적 스타일과 활발한 강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정계에 입문하더니 13일엔 프랑스 의회 과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정치인으로 깜짝 변신한 천재 수학자의 한 달은 어땠을까? 지난달 파리 현지 인터뷰에 이어 두 차례 이메일을 통해 그에게 물었다.

―정치인으로 한 달을 살아본 소감은….

“매우 혼란스럽고 바빴다. 스케줄은 ‘괴물’같이 정신없고 계속 바뀐다. 초반부에 힘들다.”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하는 정치라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가 되리라 생각했다. 유럽, 발전과 실용 등 그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내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요즘 일과는….

“10년 전부터 운전하지 않는다. 파리에서 약 50km 남쪽에 있는 에손주에서 파리 오르세까지 교외선으로 통근한다. 열차 안에서는 정책을 구상한다. 이따금 낮잠을 잔 뒤 참모들과 토론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데이터라면….


“지역구 내 거주자 수, 동사무소 근방의 정치적 역사 등의 데이터. 이들을 교차시키며 확장해 나간다.”

요즘 프랑스 언론에는 백팩(배낭)을 메고 현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이 종종 비친다. 그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 두 아이와 여름 바캉스를 떠나지 않고 일할 예정”이라며 “일상에서의 여유는 정원에서 암탉들에게 모이를 주거나 화초에 물을 주며 찾는다”고 말했다.

―수학을 정치에 어떻게 접목하는가.


“에손 유권자의 69.36%가 날 지지해 준 높은 지지율에 주목한다. 나는 정치 활동에 있어 수학자로 분류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렇지만 투표, 선거 규칙, 알고리즘, 사이버 보안 등 수학이 중대한 역할을 맡을 정치 활동이 무궁무진하다. 수학이 내 정치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프랑스 과학위원회를 개혁하겠다.”

장미셸 알베롤라가 찍은 영상 ‘세드리크 빌라니의 손’.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장미셸 알베롤라가 찍은 영상 ‘세드리크 빌라니의 손’.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그를 지난달 파리에서 만난 건 뜻밖에도 미술관에서였다. 그는 파리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의 콘퍼런스를 기획해 왔다. 지난달엔 자동차 사진전과 연계한 ‘속도의 밤’이라는 콘퍼런스의 진행자로 나서 음악가, 천문학자, 철학자 등 이종(異種) 전문가들과 속도에 관해 토론했다. 의원으로 당선된 지 불과 사흘 뒤의 일이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재단의 소장품 전시에서도 그가 수학 문제를 푸는 손을 찍은 단편 영상을 볼 수 있다.

―수학자인데 왜 예술과 손을 잡나.


“수학과 예술의 만남은 곧 수학과 사람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수학자와 예술가는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풍부한 감정, 상상, 깊은 사고, 그리고 좌절까지….”

그는 ‘왜 거미 브로치를 다느냐’는 질문을 늘 받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답한 지 오래다. 그런데 그가 펴낸 책 ‘살아있는 정리’(2014년)의 저자 소개는 이렇다. ‘거미 브로치를 달면 문제를 풀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이런 대목도 있다. ‘어렸을 때 피아노 선생님께 배운 대로 손가락을 거미처럼 쫙 펴고 널찍한 책상 위의 키보드를 정력적으로 두들긴다.’ 가족과 함께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는 그는 차와 음악, 치즈를 즐긴다.

―필즈상 수상자를 보면 프랑스인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왜 프랑스인이 수학에 강한가.

“수학은 추상화와 이데아(이상)에 관한 것인데, 프랑스 문화와 역사가 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학은 사유 활동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내 친구인 사진가 레몽 드파르동은 수학자들을 촬영하더니 ‘수학자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다’고 하더라.”

―한국 학생들이 수학을 사랑하고 잘하기 위한 조언이 있을까.


“한국 학생들은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한다. 발견과 실험의 기쁨을 즐길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중요하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드리크 빌라니#거미 브로치#레퓌블리크 앙마르슈#수학자 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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