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조선인 귀무덤 보니 마음 아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SH 모범학생 해외탐방대’ 33명… 日서 백제문화 등 유적 답사

‘2017 SH 모범학생 해외탐방’에 참여한 고교생 33명이 일본 교토 귀무덤 앞에서 임진왜란 때 희생된 선조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SH공사 제공
‘2017 SH 모범학생 해외탐방’에 참여한 고교생 33명이 일본 교토 귀무덤 앞에서 임진왜란 때 희생된 선조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SH공사 제공
수은주가 섭씨 36도를 웃돌았다. 한국 고등학생 33명의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눈빛만은 비장했다. 9일 오후 일본 교토(京都)의 귀무덤 앞. 학생들은 눈을 감고 1분간 고개를 숙여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희생된 선조들의 넋을 기렸다.

이곳에는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령에 따라 일본군이 가져온 조선인 12만6000명의 귀와 코가 매장됐다. 옆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모시는 도요쿠니(豊國)신사가 있다. 이승우 군(16)은 “선조들의 아픈 역사가 일본 땅에서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귀무덤을 찾은 고교생 33명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선발한 ‘2017 SH 모범학생 해외탐방’ 대원들이다. SH공사가 주관하고 동아일보와 우리은행 서울의료원 하나투어 후원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오사카(大阪)와 교토 나라(奈良) 지역을 찾았다. 일본 곳곳에 스며든 한민족의 자취를 살피는 여정이다.

오사카에 도착한 7일 오전 마침 제5호 태풍 노루가 일본에 상륙했다. 학생들은 폭우를 뚫고 조선통신사가 머문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등을 찾았다.

학생들의 눈빛이 가장 빛난 때는 9일 오전 교토 고류지(廣隆寺)에서 일본 국보 1호인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마주한 순간이다. 한국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거의 흡사하다. 마승우 군(17)은 “일본의 한 미대생이 불상의 미소에 빠져 안아보려다 손가락을 부러뜨렸다는 일화를 들었는데 직접 보는 순간 나도 안아보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마지막 날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에서 높이 16m, 무게 250t에 달하는 대형 청동불상을 마주했다. 사찰과 불상은 8세기 백제 출신 전문가의 기술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의 청소년 해외탐방은 2006년부터 매년 진행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중단된 뒤 올해 다시 시작했다. SH공사는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멘토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토=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임진왜란 조선인 귀무덤#sh 모범학생 해외탐방대#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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