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확대-복지 강화로 日자살률 23%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모토하시 日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장
“앞으로 10년간 다시 30% 줄일 것”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살이 급증했다. 여기에는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해결하려면 종합적인 자살 대책이 필요하다.”

모토하시 유타카(本橋豊·63·사진) 일본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장은 22일 낮 일본 도쿄(東京) 포린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얻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센터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만든 조직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자살 전문가인 모토하시 센터장은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7.3명으로 자살대책기본법이 시행된 후 10년 동안 23% 줄었다. 여기에는 중년 남성의 자살을 줄인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8년 일본에서도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자살이 급증했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빚에 시달리다 가장이 목숨을 끊거나,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경영자가 자살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며 “대부업규제법 개정, 다중채무 개선 프로그램 실시 등의 경제 정책과 함께 지역 차원에서 채무·경영 상담을 포함한 종합상담 창구를 확충해 자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자살에 대해서는 농촌을 중심으로 고립을 막고 복지망을 강화하면서 대응했다. 그는 “지역에서 마을 살리기의 일환으로 각종 대책을 실시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문화적 배경이 다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31일 한국자살예방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일본의 자살률 감소 비결을 설명한다.

일본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동안 자살률을 다시 30% 이상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지난달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015년 12.1명)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자치단체 간 자살률 격차가 큰데 이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인터넷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임산부와 장시간 근로자 등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자살#일본#모토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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